1. 왜 굳이 서서 술을 마시는 걸까? / 영국의 펍(Pub), 바(Bar) 문화 탐방기
한줄요약: 영국의 펍 문화와 서서 술 마시는 이유
시간 | 요약 |
---|---|
00:32 | 런던의 펍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서서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관찰됨. 'Vertical Drinking'이라는 용어가 존재하며, 이는 영국에서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자리 잡음. 한국에서는 서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드물지만, 역사적으로 조선 후기에도 유사한 문화가 있었음. |
01:30 | 런던과 아일랜드의 펍 문화는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각 지역의 특색에 따라 다양한 음주 경험을 제공함. 펍은 단순한 음주 장소를 넘어 사람들을 연결하는 중요한 공간임. |
02:30 | 펍은 Public House의 줄임말로,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회적 공간으로 기능함. 1세기 로마 제국의 지배 이후 도로망이 형성되면서 술을 파는 장소가 생겨났고, 10세기에는 사회적 모임의 중심지로 발전함. |
03:00 | 1930년대 후반의 연구에 따르면, 펍은 단순한 음주 장소가 아닌 지역 사회의 중심 역할을 하며 정보 교환과 사회적 교류의 장으로 활용됨. 이러한 배경 속에서 펍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됨. |
03:30 | 런던의 펍은 보통 이른 시간에 문을 열고 점심식사를 제공함. 많은 사람들이 낮부터 맥주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관찰됨. 서서 술을 마시는 이유는 앉을 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임. |
06:00 | 펍에서 서서 마시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용이하게 하며,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짐. 아일랜드의 펍에서는 라이브 공연과 함께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즐기는 모습이 관찰됨. |
06:30 | 아일랜드의 더블린 펍은 특히 활기찬 분위기를 자랑하며, 사람들 간의 소통이 활발함. 여름철에는 관광객으로 붐비는 모습이 예상됨. 펍은 동네 사랑방 같은 느낌을 주며, 편안한 공간으로 기능함. |
07:31 | 펍과 바의 차이점은 펍이 더 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인 공간인 반면, 바는 상대적으로 개인적인 공간으로 여겨짐. 펍에서는 음식과 음주가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음. |
13:01 | 서서 마시는 문화는 음주 속도를 높이기 위한 공간 구성의 결과일 수 있음. 일부 펍은 의자를 줄이고 작은 테이블로 교체하여 서서 마시는 환경을 조성함. 이는 매출 증가를 위한 전략으로 해석됨. |
2. 스크립트
런던의 한 펍 앞입니다. 옷차림을 보면 알 수 있지만 꽤 쌀쌀한 날씨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한 손에는 맥주를 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모두 서 있는 상태로 가방은 대충 내려놓고 펍의 입장을 기다리는 건지, 아니면 자리가 없어서 그냥 밖에서 마시는 건지, 여튼 다들 저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서 맥주를 마시고 있습니다. 다른 펍 안에 들어가 봐도 앉아 마시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바나 테이블 앞에 서서 마시는 사람도 있고 제각각입니다. 심지어 이렇게 서서 마시는 것에 대한 용어도 있어요. 'Vertical Drinking'이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수직 음주'라는 말입니다. 서 있으니까 몸이 수직인 상태라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 같습니다. 2023년에는 이 vertical drinking의 문제점에 대해서 정말 자세하게 적어 놓은 연구 논문도 나왔을 정도니까, 서서 술을 마시는 게 영국에서는 꽤나 널리 퍼진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그러고 보니 가만히 우리나라의 술집 모습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서서 술을 마시는 경우는 붐비는 클럽 말고는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건 우리가 흔히 '선술집'이라고 하잖아요. 이 선술집이 말 그대로 '서서 마시는 술집'이라는 뜻에서 왔다고 합니다. 조선 후기 화가 신윤복의 그림 '주사거배'를 보면 한 여인이 술을 따르고 있는데, 주변에 술상이랄 것이 따로 없고 부뚜막 위에 접시 몇 개가 놓여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양반들은 모두 서 있고요. 이처럼 우리도 조선 후기에 서서 술을 마신 형태가 있었다고 합니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서서 마시는 저렴한 선술집도 많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국내에서는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요.. 여튼, 그러면 왜 영국 사람들은 서서 술을 마시는 걸까요? 오늘은 이 궁금증을 나름대로 알아보기 위해서 런던뿐만 아니라 아일랜드의 펍들을 좀 돌아보겠습니다.
제가 영국이나 아일랜드 문화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아~ 이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정도로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평소에 바와 펍이 어떻게 다른 건지도 궁금했었는데, 그것도 간략하게나마 알아보고요. 또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무려 1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사보이 호텔의 아메리칸 바도 다녀왔습니다. 윈스턴 처칠, 헤밍웨이 등이 즐겨 찾았던 전설적인 바인데, 여기서 무려 1858년산 167년 된 꼬냑도 볼 수 있었습니다. 가격은 한 잔에 900만 원, 자세한 건 영상 진행하면서 말씀드릴게요.. 우선 사람들이 주로 서서 술을 마시는 곳은 '펍'이라고 불리는 장소입니다. Pub은 Public House의 줄임말로, 영국과 아일랜드 사람 모두에게 역사적으로나 전통적으로나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공간입니다. 영국이 1세기에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도로망이 건설되기 시작하고, 이 도로망을 따라서 Taverna라고 불리는 술을 파는 장소가 처음으로 생겼습니다. 그 후 10세기에 앵글로 색슨족들이 ale house라는 장소를 만들어서, 이곳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사회적인 모임도 하고 공동체 생활을 하기 시작한 게 오늘날 펍의 기원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여러 이야기도 많은데, 하여간에 중요한 포인트는 펍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였다는 겁니다.. 1930년대 후반, mass-observation이라는 사회 연구 단체에서 펍에 방문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를 상세히 관찰한 기록이 있는데, 펍에 관해서 단순한 음주 장소가 아닌 복잡한 사회적 기관, 지역 사회의 중심 역할, 정보 교환, 사회적 교류, 오락의 장소로 활용된다고 기록했습니다. 그러니까 펍이라는 장소는 이 당시 사람들에게 정말 매우 중요한 공간이었던 거예요. 그 시절에 인터넷이 있습니까? 뭐가 있습니까? 펍에 안 가면 정보 교류에서 아무래도 뒤쳐질 수밖에 없었겠죠. 그렇게 사람들이 모이니까 당연히 술도 한 잔씩 하고 음식도 먹으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형태가 약간의 변화를 거쳐 가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온 거라 보이는데요. 이렇듯 단순 술집이 아니다 보니 런던의 많은 펍들이 보통 오후 12시, 몇몇 곳들은 오전 11시 같은 비교적 이른 시간에 문을 열고 점심식사도 제공합니다. 실제로 점심 시간에 펍에 가봐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낮부터 맥주 한 잔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다 보니까 발 디딜 틈 없이 정말 사람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너무나 단순한 이유지만, 일단 앉을 자리가 없어서 술을 마시고 싶으면 서서 마시는 것 말고는 별 다른 옵션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서서 마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이게 그냥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닐 수도 있는 게, 일부러 서서 마시게 공간 구성을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서서 마실 때 아무래도 계속 술 잔을 손에 들고 있다 보니까 음주 속도가 더 빨라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BBC의 한 기사에 따르면, 펍에서 매출 증가를 위해서 서서 마시는 환경을 더 만들었다고 합니다. 편안한 의자로 둘러싸인 낮은 테이블을 치우고 높고 작은 테이블들로 교체를.... 하기 시작했다는데요. 펍마다 형태가 다 다르겠지만, 제가 아일랜드의 한적한 시골 동네에 갔을 때는 의자들이 많고 사람들이 편하게 앉아서 식사하고 이야기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반면, 런던 도심 한복판에 있는 펍은 의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테이블도 작아서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또 이렇게 테이블이 작다 보니까 여기서 뭔가 식사를 하기가 좀 어렵잖아요.
그래서 2층에 따로 식사 자리를 만들어 놓고, 밥 먹을 사람은 여기서 밥을 먹고, 술 마실 사람은 그냥 안주 없이 1층에서 서서 마시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처럼 음식과 술을 같이 먹기도 하지만, 반대로 안주 없이 술만 마시는 문화도 있다 보니까, 그냥 이렇게 서서 술만 마시는 게 보편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점심시간이나 저녁에 퇴근하고 나서 가볍게 한 잔 하려는 사람들은 굳이 테이블을 잡지 않고, 맥주 한 잔 손에 들고 수다 떨면서 마시다 가는 것 같았습니다. 또 밖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 중에는 담배를 편하게 피려고 술잔을 들고 나와서 밖에 서서 마시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햇빛이 비추면 이렇게 밖에 서서 햇빛 맞으면서 한 잔씩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보통 유럽 국가에 가보면 이렇게 야외에서 마시더라도 앉아서 마시는데, 유독 영국은 이렇게 서서 마시는 게 참 신기하긴 합니다. 또 다른 분석에 따르면, 펍이란 곳이 아무래도 교류를 하는 장소다 보니까, 이렇게 서서 마시면 여러 사람과 왔다 갔다 하면서 이야기하기도 편하다고 합니다. 확실히 펍에 가면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하기가 좋은 것 같긴 해요.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한 펍에 갔을 때도 그냥 모르는 아저씨랑 같이 앉았는데, 술이 좀 들어가니까 서로 껴안고 금방 친해지더라고요.
펍마다 분위기가 다 다르겠지만, 저는 런던보다는 아일랜드 펍이 조금 더 재밌었습니다. 라이브 공연도 많아서 사람들 막 춤추고, 오아시스 노래가 나오면 떼창하고, 그냥 펍에 있는 사람들이 다 함께 노는 느낌이었어요. 더블린에서 가장 유명한 더 템블 바라는 펍에 갔더니, 여기는 사람이 더 바글바글합니다. 지금은 추운 겨울 시즌이라 더블린에 관광객이 없어서 좀 한산한데도 내부가 이 정도로 꽉 찼으니, 여름에는 장난이 아닐 것 같습니다. 여기서도 그냥 기네스 한 잔 시켜서 빈 자리에 앉아 노래 따라 부르고, 옆 사람과 이야기 나누고 노는데 남녀노소가 따로 없습니다. 20대부터 60대까지 정말 다양한 연령대가 있었고, 역시나 마찬가지로 서서 마시는 사람,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 등 가지각색으로 즐기는 모습입니다. 여튼, 그럼 펍이 이렇다면 바는 어떠냐? 아일랜드 현지 사람한테 물어봤을 때도 그렇고, 제가 런던 시내를 돌아다녀 봐도 그렇고, 펍은 좀 더 동네 사랑방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킹스맨 촬영지로 유명한 펍도 가봤는데, 단체로 대관을 해서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면서 파티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굉장히 편안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피쉬앤칩스 같은 식사도 되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는 부담 없는 공간이고, 술은 주로 생맥주나 위스키, 또는 칵테일은 간단한 것 몇 가지 있는 정도였습니다. 바는 위스키면 위스키, 칵테일이면 칵테일 이렇게 조금 더 술에 특화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막 엄청 왁자지껄한 분위기보다는 조금 더 차분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바는 웬만하면 앉아서 마시는 분위기였습니다. 물론 손님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여튼 이런 공통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Termini bar라는 곳에서는 안에 좌석이 꽉 차서 밖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만약에 펍이었다면 그냥 대충 낑겨서 서서 마시면 되는 것과는 대조적이었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다녀온 바를 보여드릴 건데, 지금까지 보신 펍과는 어떻게 다른지 느껴보시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 같습니다. 우선 정말 우연한 기회에 방문하게 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바 중 하나인 런던 Savoy 호텔의 아메리칸 바입니다.
1893년에 오픈해서 현재 132년이라는 엄청난 기간 동안 운영되고 있는 바입니다. 특히 현대 칵테일의 기초를 다졌다고 알려진 'The Savoy Cocktail Book'이라는 책을 쓴 해리 크래독이 활동했던 바이기도 합니다. 일단 Savoy 호텔 자체가 제가 홈페이지에 대충 검색했을 때 디럭스 방이 1박에 약 150만 원입니다. 상당히 고급 호텔이라서 입구부터가 압도적입니다. 화장실도 장난이 아닙니다. 바 분위기는 이렇게 고급진 느낌입니다. 부자 형님, 누님들께서 앉아서 편안하게 칵테일을 마시고 계시고, 저는 마침 여기서 바텐더로 계신 김준석 바텐더님의 안내를 받아서 우선 테이블 좌석에 앉았습니다. 와, 근데 너무 멋지지 않나요? 세계 최고의 바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바텐더라니, 괜히 국뽕이 좀 차오릅니다. 메뉴판을 딱 펼치면 이곳에서 개발된 '행키팽키'라는 칵테일의 오리지널 레시피가 적혀 있습니다.
사보이 근본 칵테일이라 볼 수 있겠죠. 당연히 이.... 거 먼저 한 잔 시켜 봤고요. 칵테일 가격은 평균적으로 25파운드, 한 잔에 4만 5천 원 정도입니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비쌀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대신 칵테일을 시키면 이렇게 올리브와 과자는 서비스로 나옵니다. 행키팽키가 나왔고, 진 베이스 칵테일인데 뒤에 약재의 쓴맛이 쭉~ 오는 게 어른의 맛이랄까요? 네그로니와 계열이 살짝 비슷한 것 같습니다. 맛있었습니다. 이 칵테일은 화이트 레이디라는 칵테일인데, 바텐더의 스킬에 따라서 자칫 계란 맛이 비리게 느껴진다는데, 이곳의 칵테일은 비린 맛 전혀 없이 상큼했습니다.
칵테일을 마시다가 바 자리가 나서 바에 앉아 천천히 구경하는데, 정말 특별한 위스키를 만났습니다. 바로 맥캘란 사보이 125주년 기념 위스키로, 전 세계에서 단 15병만 만들어진 사보이 호텔을 위한 위스키입니다. 한 잔 50ml에 약 500만 원입니다. 혹여나 실례가 될까 봐 손도 못 대고 사진만 좀 찍어봤습니다. 또 하나는 무려 1858년산 사제락 꼬냑입니다. 167년이 된 술이에요. 이 술로 만든 사제락 칵테일은 한 잔에 5000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930만 원입니다. 그런데 더 소름인 건 맥캘란도 그렇고 이 사제락도 그렇고, 많이 줄어 있다는 겁니다. 가끔씩 정말 주문하시는 분이 계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정말 손도 못 대겠더라고요. 제 경우에는 제가 관심을 보이니까 촬영하라고 배려를 좀 해주셨는데, 혹여나 영상 보시고 여기 가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한 번 꺼내달라고 하진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거 괜히 주문하지도 않은 거 꺼냈다가 깨거나 떨어뜨리면 바텐더님이 난처해지기 때문에, 혹여나 가시더라도 눈으로만 보시는 걸로 하면 좋겠고, 만약에 이거 진짜 한 잔 사 드시러 가실 분은 저도 한 잔만 사주세요. 여기 보시면 다양한 술들의 올드 보틀들도 있습니다. 이 올드 보틀에 담긴 술로 만든 칵테일들은 가격이 대략 한 잔에 180파운드, 약 33만 원 정도입니다. 한 잔 마셔볼까 싶다가도 저는 그냥 일반 칵테일들을 시켜 마셨습니다. 그리고 영국의 처칠 수상이 여기 사보이 바에 전용 위스키 장이 있었을 정도로 단골이었다고 하는데, 오시면 이 Pol Roger라는 샴페인을 자주 드셨다고 합니다. 저도 한 잔 마셔봤는데 맛있더라고요. 그리고 이런 저런 칵테일들을 마셔봤는데, 다 너무 맛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여기서 마신 드라이 마티니가 제 인생에서 마신 마티니 중에 가장 맛있었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이걸 무슨 맛으로 먹나 싶었는데, 여기서 마시니까 완전 다릅니다. 역시 근본 넘치는 바가 뭔가 다르긴 다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사보이 아메리칸 바에서 정말 즐거운 경험을 했고요. 그러고서 2차로 아까 잠깐 말씀드린 Termini Bar라는 곳에 갔습니다. 여기는 이탈리아 칵테일을 주로 만드는 곳인데, 요즘 런던에서 꽤 힙한가 봐요.
대기를 해서 들어갔고, 첫 잔은 벨리니라는 칵테일을 시켰습니다. 여기는 베네치아의 해리스 바라는 곳이 오리지널인데, 예전 여행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한 잔 마셨습니다. 베네치아에서 마셨던 것보다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에스프레소 마티니가 진짜 예술이었습니다. 달달하면서 커피향도 살살 나면서 맛있더라고요. 런던 가시면 꼭 한 번 드셔보세요.
아메리칸 바에서도 그렇고 여기서도 그렇고, 뭔가 칵테일의 세계에 눈을 뜬 느낌이었어요. 런던 바에는 이런 칵테일 바들도 있고, 또 위스키를 전문으로 다루는 위스키 바도 있습니다. 런던에 오시면 위스키 바도 한두 군데 가보면 좋은 게, 좀 희귀하고 재밌는 위스키들이 아무래도 많습니다. 저는 런던 소호에 위치한 한 위스키 바에서 전용으로 나온 1997년에 증류한 라프로익 21년을 마셨는데, 직원이 누가 먼저 와서 한 잔 맛봤었는데 그대로 두 병을 사 가셨습니다. 그래서 딱 1병 남은 거예요. 스모키하면서도 파인애플 같은 과실향도 있고, 알싸하면서 짭짤~한 게 맛있더라고요.
여기도 펍처럼 막 왁자지껄한 느낌은 아니고, 차분히 앉아서 이야기 나누면서 위스키 마시는 분위기였습니다. 몇 군데 다녀보니까 펍하고 바의 차이는 대강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종합해보면 영국인들이 서서 술을 마시는 행위는 주로 펍에서 이뤄지는데, 내부에 사람도 많고, 또 시간이 갈수록 펍의 형태가 의자도 치우고 테이블은 작고 높게 만들면서 서서 술을 마시는 행위, 즉 vertical drinking을 유도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로 보여지고, 또 한국인의 시선으로는 우리처럼 술집에서 웬만하면 안주와 먹는 문화가 아니라, 그냥 맥주 한 잔 덜렁 들고 이야기 나누는 문화도 있기 때문에, 안이나 밖이나 그냥 간편하게 서서 공간 제약 없이 마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문화적인 현상이라서 딱 똑부러진 정답은 없고 여러 현상들이 겹쳐져서 나타난 것이겠지만, 제가 조사하고 느끼기에는 그런 것 같습니다. 영국에 오래 사신 분이 계시다면 의견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자, 오늘은 이렇게 영국과 아일랜드의 펍과 바를 다녀보면서 느낀 점을 말씀드려봤습니다.
즐거우셨다면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리고요.. 영국에 간 김에 일정을 꽉꽉 눌러 담아서 뽕을 뽑았거든요. 다음 영상도 재밌는 영상으로 찾아오겠습니다. 그럼 술바!.
3. 영상정보
- 채널명: Mr. Homebrew
- 팔로워 수: 726,000
- 좋아요 수: 3,231
- 조회수: 204,041
- 업로드 날짜: 2025-03-06
- 영상 길이: 14분 11초
- 다시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TSp8zTJPgc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