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 현대건축 여행ep34/시모키타자와, 빈티(?)와 빈티지 사이의 외줄타기
한줄요약: 일본 현대건축 여행ep34/시모키타자와, 빈티(?)와 빈티지 사이의 외줄타기
시간 | 요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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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5 | 시모키타자와의 빈티지샵 뉴욕조는 과거의 목욕탕 공간을 활용하여 독특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며, 이는 지역의 역사적 맥락을 잘 보여줌. 리로드의 빔즈 플래닛은 업사이클링 제품을 통해 현대적인 디자인과 전통 소재의 조화를 이루고 있음. |
02:34 | 시모키타자와는 일본의 독특한 도시 풍경을 보여주는 지역으로, 지상 철도가 마을을 분단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음. 오다큐선과 이노카시라선의 경쟁과 협력이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주민들은 혼란과 기대를 동시에 느끼고 있음. |
03:34 | 시모키타자와의 재개발 과정에서 오다큐선의 복선화와 지하화가 이루어졌으며, 새로운 쇼핑몰 리로드가 개장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짐. 그러나 주민들은 과거의 정체성을 잃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음. |
09:34 | 시모키타자와의 거리와 건축물들은 지역 주민들의 삶을 반영하고 있으며, 오래된 간판 건축은 그 자체로 역사적 가치가 있음. 이러한 요소들은 지역의 독특한 매력을 형성하고 있음. |
11:04 | 시모키타자와의 건축물들은 빈티지와 현대적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지역 주민들의 삶을 반영하고 있음. 기타자와 타운 홀은 포스트 모더니즘 건축물로, 외관은 차가운 느낌이지만 내부는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냄. |
2. 스크립트
일본에 오시는 많은 분들이 이색적인 광경으로 여기는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도시 곳곳을 달리는 지상 철도와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철도 건널목이죠. 모 애니메이션들을 보면 이걸 꽤나 낭만적으로 묘사하는 편인데요. 사실 여기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낭만보다는 불편을 이야기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이는 사람뿐 아니라 마을 전체의 입장에서 봐도 여러모로 손해인데요. 깔린 철도만큼 땅이 비어짐과 동시에 대놓고 동네의 분위기를 반으로 갈라버리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도쿄의 번화가 이케부쿠로는 동서 분단으로 인한 개발 격차로 서쪽은 한동안 무법지대라는 인식이 팽배했으며, 그 옆에 있는 오지카역 또한 북쪽은 의른들만 아는 가게가 늘어서 있지만 남쪽은 분구와 인접해 차분한 주택가가 이어져 있습니다. 야마노테선 외에도 일본의 지상 철도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그로 인한 지역 분단은 앞으로의 재개발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같은 동네에 이게 하나도 아니고 두 개가 지나가면 얼마나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까요? 바로 오늘 알아볼 일본 MG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동네, 시모키타자와의 이야기가 되겠습니다.이 동네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우다큐선 동쪽 출구로 나가면서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합니다. 현 시점 역 앞에 버스 정류장에 정비 공사가 한창인데요. 원래는 시모키타자와 역압 재개발 시점에 맞춰 좀 더 일찍 소개하려고 했었는데, 여기가 완성되면 저기가 무너져 있고 저기가 다 지어지면 저기 개발 소식이 들리고 해서 꽤 오래 기다렸거든요. 근데 이거 모금 공사가 영역 못 하겠다 싶어서 이제라도 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영상은 날씨와 장소가 아주 뒤죽박죽이라는 점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 이 동네는 분단 자체가 익숙한 동네입니다. 약간의 고저차가 존재하는 지대에 위치해 있는데, 도쿄 서부와 도심을 연결하는 오다큐선과 이노카시라선이 그랜드라인 마냥 지상을 4등분하다 보니 여가히 정말 정신없는 막말로 짓다 만 것 같은 수준의 어수선함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제가 여기를 비하하는 게 아니라 지역 상인들이 실제로 그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녁에 골목길 감성이 지배적이고 길거리가 통일되어 있다는 느낌도 부족하죠.
2.1. 시모키타자와의 빈티지샵 뉴욕조는 과거의 목욕탕 공간을 활용하여 독특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며, 이는 지역의 역사적 맥락을 잘 보여줌. 리로드의 빔즈 플래닛은 업사이클링 제품을 통해 현대적인 디자인과 전통 소재의 조화를 이루고 있음.

이 동네에서 제가 좋아하는 빈티지샵 중 하나인 뉴욕조에 들어가 보시면 마주하는 광경이 가관입니다. 과거에 목욕탕으로 쓰이던 공간을 수전만 뜯어낸 다음 그대로 구제옷을 팔고 있기 때문이죠. 뉴욕조라는 이름 자체가 입욕장에서 일본어 발음에서 따온 것으로 종잡을 수 없는 묵은 본력을 보여주는데요.
2.2. 시모키타자와는 일본의 독특한 도시 풍경을 보여주는 지역으로, 지상 철도가 마을을 분단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음. 오다큐선과 이노카시라선의 경쟁과 협력이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주민들은 혼란과 기대를 동시에 느끼고 있음.

하지만 이러한 불완전한 이완된 모습 자체가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시모키타자와만의 정체성으로 대변되기도 합니다. 오늘날 지역 원주민들 또한 이 역사에 자부심마저 갖고 있다고 하는데요. 결과적으로 사실상 경쟁업체로 할 수 있는 두 민영 철도가 뜻하지 않게 힘을 합쳐서 이 동네의 바이브 형성에 적잖이 일조해 온 셈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시모키타자와의 2010년대 변화가 이렇습니다. 오다큐선의 복선화와 지하화에 따라 기존에 오다큐가 지나던 선로에 대대적인 재개발이 진행된 것이죠. 이와 동시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하는데요. 2018년 들어 서로 공유하던 환승 통로가 사라지고 각각 별도의 개찰구가 세워지게 됩니다. 오다큐 측에 따르면 개찰구를 공유하는 것에 대한 시민의 불편이 많았다 하니, 오다큐에 정상하다라고 얘기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도쿄의 개찰구를 아니 열차까지 공유하는 구간이 얼마나 많은데요? 아무튼 그 이후 2020년부터 양층 역사는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재개발을 통해 전혀 다른 분위기로 거듭나게 되는데요.
2.3. 시모키타자와의 재개발 과정에서 오다큐선의 복선화와 지하화가 이루어졌으며, 새로운 쇼핑몰 리로드가 개장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짐. 그러나 주민들은 과거의 정체성을 잃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음.

이렇게 시모키타자와의 해석을 둘러싼 두 회사의 대립이 관전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우선 우리가 지나왔던 오다큐선 부근을 먼저 돌아볼 텐데요. 어디까지나 지하를 거친 곳은 오다큐선뿐이기 때문에 재개발에 있어서 주도권을 준 곳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들이 그린 세계관은 간단합니다. 지하를 통해 얻은 1.7km 일직선의 부지에 네 개의 동네를 하나로 연결함과 동시에 중앙의 일대를 앞으로의 새 랜드마크로 하겠다는 계획이었죠. 아니, 오다큐 관계자가 원피스의 팬인가? 그랜드라인에 진짜 위대한 확로를 뚫어버렸죠.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옆 동쪽에 오픈한 쇼핑몰 리로드입니다. 이름에서부터 이곳의 이야기를 다시 쓰겠다는 의지가 상당히 엿보이는데요. 돈의 저층 위주 개발에 지침서가 된 다이칸마와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큰 건물들보다 작은 건물들이 모여 거리를 이루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직선상의 좁은 부지에 자칫 단조로운 배치가 될 것을 우려해서 리로드는 공간들을 가능한 잘게 분절하고 1층과 2층의 배치를 다르게 가져간 것이 특징인데요. 제각기 다른 볼륨이 이어지며 들쑥날쑥한 골목길 감성을 유발하고 있죠. 그러면서도 역과 역 사이를 이어야 한다는 사명감 또한 진인 건물이기 때문에 전방의 시야를 위해 중앙의 통로는 결코 넘어서지 않는 통일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통일된 것이 또 하나 있는데요, 바로 가운데 통로를 바라보는 큰 창을 내었다는 것이죠. 이는 길을 걷는 고객의 입장에서 전포에 상주하는 사람들이 보였으면 좋겠다는 상인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라고 하네요. 덕분에 통일되어 있지만 획일적이지 않은 재미있는 구조의 상업 시설이 완성되었죠. 마치 시모키타자와의 상징과도 같은 간판 건축 상가의 감성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느낌이랄까요. 특히 여기는 감도를 굉장히 신경 쓴 가게들만 입점해 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개인적으로 추천드리고 싶은 곳은 리로드의 2층 맨 앞쪽에 있는 빔즈 플래닛이 되겠습니다. 세계 각지의 전통 소재나 작업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업사이클링 물건을 만드는 빔즈 산하의 레이블로, 일반 빔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데요. 가구 덕후로서 이곳이 굉장한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조진 아카시마의 가구나 아프리칸 스툴 등 쉽게 만나보기 어려운 가구들로 DP를 꾸며 놓았다는 것입니다. 이 가구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이것만 구경해도 시간이 금방 지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나 이번 여행에는 국내 유명 철제 가구 브랜드의 팀장님께서 함께하셨는데요. 제가 놓치는 곳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 모습에 저도 이것저것 배우는 자리였습니다. 아무튼 그동안 불편과 혼돈을 야기하던 시모키타자와 설로 주변이 이렇게 말끔하게 재탄생하는 순간을 누군가는 기다려 왔을지도 모릅니다. 크게 한 방 맞은 개이오 이노카시라선 관계자들만 빼고 말이죠.. 이처럼 리로드가 시모키타자와의 새 얼굴이라는 것에는 반발하는 사람들 역시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2022년 일본의 초유명 개그맨인 아리오시 히로이키는 시모키타자와의 재개발을 접하고 '아, 이제 시모키타자와는 변했다, 끝났다'라는 말을 하고 다닌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후 실제로 방문해 보고 발언을 철회했다고 하지만, 일본에서 국민적 호감도를 지닌 MC가 이런 얘기를 할 정도면 현지인들의 시모키타자와 바이브에 대한 반응은 정말 남다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모키타자와는 1970년대부터 급등하는 신주쿠와 시부야의 땅값을 감당 못하고 이주한 자들에게 부흥한 동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대기업 주도의 기성문화에 대한 반발을 원동력으로 커가고 있는데, 기억해 두세요.
여기까지 새하얀 건물이 올라가고 있으니 천불이 나는 사람도 있겠죠. 그리고 개이오 이노카시라 역시 그 반발심이 동참하기로 한 듯 보입니다.. 두 번째로 구경할 장소는 아예 미완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노카시라선 철도 아래에 자리 잡은 복합 시설 미칸시모키타가 되겠습니다. 우다큐선 동쪽 출구를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걸어오면 바로 보이는데요. 아까 소개드린 뉴욕조처럼 미칸시모키타 역시 일본식 언어 '미칸'을 이용한 이름입니다. 미칸이라는 말 자체가 귤이라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이완으로도 읽히기 때문이죠. 콘크리트가 묵직하게 받치고 있는 설로의 아래로 철골과 컨테이너가 투박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덕분에 마치 토목 시설의 뼈대 안에 건축물이 채워진 듯한 특이한 구조물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컨테이너를 쌓아둔 듯한 생김새와 방치하듯 노출된 배관, 조명 등이 마치 굴다리 아래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풍겨서, 모던하게 정제된 오다의 건물과는 다르게 우리는 거칠게 가겠다는 의지가 곳곳의 디테일에서 엿보이죠.
아마도 이는 대중적 시선에서 미완성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입점에 있는 가게들도 감도를 중시하는 느낌이 강한 리로드와 달리, 각국의 야시장을 방불케 하는 카테고리들을 많이 보였던 것 같네요. 무엇보다 재미있는 건 두 회사가 보여주는 대비가 결과적으로 또 미완성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이 두 곳은 꼭 같이 둘러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자, 두 세력의 역세권 경쟁은 보시는 것처럼 진행 중인데요. 물론 이게 시모키타자와의 전부는 아닙니다. 두 시설로부터 조금만 멀어져도 시모키타자와의 원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점심을 먹기 위해 처음에 보여드린 편집샵 뉴욕조가 있는 시모키타자와의 일본가에 와 있는데요. 이곳은 오래된 간판 건축이 늘어선 시모키타자와의 구 번화가로, 간판 건축이란 목구조 주택에 불이 옮겨붙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주로 길과 맞닿은 한쪽 입면에만 불연성 외벽을 촘촘하게 세운 건축물을 가리킵니다.
앞에만 그럴싸하게 지은 세트장 건물들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른데요. 이제 오다큐선 입구를 두고 새 간판이라고 했던 이유를 아시겠죠? 역 앞에 캐노피를 간판 건축 마냥 벽체처럼 보이게 한 것이 특징이기 때문이죠. 시모키타자와의 무인양품의 외벽도 같은 감성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간판 건축은 오늘날 시티팝과 함께 쇼아레트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시모키타자가 그 감성으로 유명한 것도 우연이 아닌 셈이죠. 반자촌을 연상케 하는 작고 오래된 간판 건축들이 많아서 때로는 굉장히 낙후되어 있다는 인상도 받긴 하지만, 그때는 또 그때에만 낼 수 있던 분위기가 있다는 게 있겠죠. 시모키타자와는 오래 전부터 그것들에 대한 리스펙이 이루어지는 동네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맛집들은 보통 1번과에 많이 몰려 있다고 하죠. 일본가에서 많이들 가시는 곳이 아마 로지우라 스프카레집일 텐데요.
2.4. 시모키타자와의 거리와 건축물들은 지역 주민들의 삶을 반영하고 있으며, 오래된 간판 건축은 그 자체로 역사적 가치가 있음. 이러한 요소들은 지역의 독특한 매력을 형성하고 있음.

저는 좀 더 로컬 냄새가 나는 가게를 하나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바로 일본과의 끝자락에 위치한 50년 역사의 노포 톤스인데요. 가정식 돈가스집이다 보니, 어릴 적 집에서 만들어 먹던 추억의 맛이 난달까요. 단골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보니 메뉴가 많고 가격도 굉장히 저렴하기 때문에, 깔끔한 한 상 차림보다 높은 감성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다시 오다큐선 출입부로 돌아와서 동쪽 출구로부터 미칸 시모 기타를 쉬다 쭉 걸어오면 이노카시라선을 관통하는 2차선 도로가 나타나는데요. 이 길의 이름은 차자와 도리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산자야와 시모키타자와를 잇는 도로입니다. 핫한 동네 둘을 잇는다니 가슴이 매우 웅장해지죠. 이 길에서 왼쪽으로 돌아 다시 리로드 방면으로 올라가다 보면 한 눈에 봐도 정말 오래되어 보이는 묵직한 노출 콘크리트 집합체가 모습을 드러내는데요. 굉장히 차가운 날것처럼 보이는 이 건축물은 사실은 아주 가슴 따뜻한 시모키타자와의 주민 센터로서 지어진 기타자와 타운 홀이 되겠습니다. 사카쿠라 건축 연구소가 설계를 맡아 1990년에 지어졌는데요. 상태를 보면 훨씬 오래됐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최근이라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언뜻 보면 모더니즘 내지는 브루탈리즘 건축물처럼 보이지만, 굳이 분리하자면 포스트 모더니즘에 가까운데요.
2.5. 시모키타자와의 건축물들은 빈티지와 현대적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지역 주민들의 삶을 반영하고 있음. 기타자와 타운 홀은 포스트 모더니즘 건축물로, 외관은 차가운 느낌이지만 내부는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냄.

우선 밖에서 봤을 때 여러 겹으로 레이어드된 파사드가 특징입니다. 왼쪽은 타일이고, 오른쪽은 무슨 와플처럼 구멍이 뚫린 벽면이 이어져 커브를 따라 그대로 부채꼴을 그리고 있죠. 지금까지 시모키타자와의 이야기를 들으신 분들은 이제 아, 여러 개로 나뉘어서 간판 건축이 여진 동네 정체성을 살린 거구나라고 자연스럽게 연결 지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이 부채꼴 평면 건물은 일본 건축계의 거장 안도 다우가 무려 40년 전 그의 활동 초기에 설계한 그루탈리즘 건축물입니다. 그러니까 둘이 서로 다른 건물이라는 얘기죠. 이는 같은 건물처럼 보이도록 사카쿠라 건축 연구소가 의도한 것인데요. 작은 주택 단지에 큰 건물 한 동이 들어서면 꽤나 위협적이겠죠. 때문에 기타자와 타운홀은 의도적으로 세계의 동으로 분리되어 기존 환경에 녹아드는 선택을 취했습니다. 각 모서리의 높이 등을 옆에 건물들과 최대한 맞추면서 말이죠. 그러면서도 필로티로 1층을 띄워 도보를 더욱 넓힘과 동시에 건물 자체를 보다 안쪽으로 후퇴시켜 주변의 채까지 최대한 배려했는데요. 한 켠이 버스 정류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그렇고, 굉장히 날카로워 보이는 건물이지만 사실은 외관에서 내용물까지 매우 이타적인 건물인 셈입니다..
이는 안으로 들어오면 더욱 가인데요. 무본이 근본인 포스트 모더니즘 건축답게 내부는 또 굉장히 장식적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앙의 거대한 기둥이 아주 눈에 띄죠. 르코르비지의 국립 서양 미술관의 중앙 기둥이 생각나기도 하는데요. 바깥뿐 아니라 가장 안쪽에 고층까지 기둥으로 냅다 뛰어버린 덕분에 건물 내부의 광장까지 햇빛이 깊숙이 들어오고 있는 게 인상적이죠. 위쪽은 스텐 스패너를 가득 붙여서 그 채광을 더욱 보태고 있는 것도 그렇고, 아니 진짜 이 장식들이 모두 노출 콘크리트나 금속으로 투박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위압감이 들 정도인데, 알고 보면 다 이용자들을 위해 좋으라고 만들어 놓았다는 게 뭔가 상남자의 튼튼한 건축물 같은 느낌이랄까요. 하여튼 여름으로 종잡을 수 없는 시모키타자와스러운 건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현재 옆에 있는 안도 다우의 건축물은 보수 과정에서 도색을 해버리는 바람에 브루탈리즘적인 특성은 옅어지고 말았지만, 기타자와 타운홀은 역 앞에 화려한 건물들 뒤에 가려진 시모키타자와의 숨은 명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외에도 찾아와 도리의 명소에 대해서는 나중에 산견자여 편에서 마저 구경해 보는 걸로 하고요.
저는 이쯤에서 목이 마르니 마지막으로 커피를 좀 마러 가겠습니다. 찾아와 도리를 건너 주택가를 빠져나가면 황토색으로 꾸며져 있는 카페가 하나 나옵니다. 앞선 곳들에 비하면 규모가 굉장히 작은 스페셜티 커피점, 커피 카운티인데요. 하지만 이곳을 절대 무시해선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이곳은 원래 후쿠오카의 본점이 있는 유명한 카페인데, 매장 역시 2024년 일본 인테리어 디자인 어워드에서 은상을 받은 곳이기 때문이죠. 다른 입상자들을 보면 전부 규모가 어마어마한 곳들인데, 그 사이에서 이 작은 공간이 어떤 울림을 주었기에 은상을 탔을까 궁금했는데요. 커피 카운티의 오너 인터뷰에 따르면 이곳은 시모키타자와의 번잡함으로부터 벗어난 동굴 같은 곳을 추구했다고 합니다. 방문해 보니 그 한 마디가 딱 와닿는데요. 시모키타자를 다녀보시면 알겠지만 모든 가게의 인테리어가 굉장히 협소합니다.
때문에 타인과 원치 않은 물리적 접촉이나 눈 마주침 등이 계속 일어나기 마련이죠. 하지만 이곳은 모든 자리가 반원 형태로 되어 있어서.... 벽면을 따라 카운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치 탁 트인 공간의 모든 것들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거기에 커피까지 훌륭하니 오후,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곳이었습니다. 원두를 사면 커피 한 잔을 서비스로 받거나 그 가격만큼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요.
저는 그걸 모르고 생돈으로 두 잔을 마셔버렸으니, 가실 때 꼭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오늘은 무근본이 근본인 동네, 시모 키타자와의 이야기를 풀어보았습니다. 오늘 소개드린 곳, 이어에도가 볼 만한 곳이 정말 많은 동네죠. 영상에 나오지 못한 여러분의 최애 장소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영상은 유독 두서가 없고 촬영 시점이 뒤죽박죽이었는데요. 이 또한 시모 키타자 하스러움이라는 궤변을 끝으로 영상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끝까지 시청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또 오겠습니다..
3. 영상정보
- 채널명: 풀어봤어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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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1,198
- 업로드 날짜: 2025-04-06
- 영상 길이: 16분 18초
- 다시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vI_3a0Ssx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