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레바논을 완전히 끝장내버린 핵폭탄급의 폭발,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
한줄요약: 레바논을 완전히 끝장내버린 핵폭탄급의 폭발,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
시간 | 요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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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3 | 폭발의 직접적인 원인은 2013년부터 시작된 질산 암모늄의 불법적인 보관으로, 이 물질이 항구 창고에 방치되면서 재앙으로 이어짐. |
09:03 | 사고 발생 후, 레바논 정부는 질산 암모늄의 안전한 처리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재앙이 초래됨. |
11:35 | 폭발의 충격파는 250킬로미터 떨어진 키프로스 섬에서도 감지되었으며, 이는 폭발의 위력을 잘 보여줌. |
14:33 | 폭발로 인해 레바논 최대 곡물 저장고가 파괴되어 즉각적인 식량난이 발생함. |
15:04 | 폭발로 인해 베이루트의 주요 인프라가 파괴되면서, 국가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됨. |
15:34 | 폭발 사고로 인한 재산 피해는 150억 달러 이상이며, 이재민과 부상자가 속출함. |
16:34 | 레바논의 정치 시스템은 종파별로 권력을 나누는 방식으로 부패가 만연하여, 사회 기반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 |
17:33 | 폭발 사고 이후 레바논 사회는 더욱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되며, 시민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함. |
19:03 | 폭발로 인해 레바논의 경제는 17% 감소하였고, 피해액은 150억 달러에 달함. |
2. 스크립트
중동과 유럽, 아시아를 읽는 지정학적 요충지인 레바논의 수도이자 중동의 '8'이라는 별칭을 가진 항구 도시 베이루트. 2020년 8월 4일 오후 6시, 이곳 하늘에 느닷없이 폭발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높이 약 1.5km의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오르고, 땅이 흔들리며 건물들이 무너졌습니다. 수천 개의 유리창이 날카로운 빛처럼 흩날렸고, 놀란 사람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마치 핵폭탄이 터진 것 같은 광경이었습니다. 이날의 폭발로 최소 218명이 숨지고 7천 명 이상이 다쳤습니다. 단 한 번의 폭발로 도시가 무너졌고, 수십만 명은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베이루트를 재앙으로 몰고 간 것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폭탄일까요? 아니면 미사일일까요? 이스라엘이 공격한 것일까요? 이 재앙의 원인은 주변 국가의 전쟁도, 테러도 아니었습니다. 그 원인은 항구 창고 한 구석에 6년 넘게 방치되어 있었던 하얀 가루, 질산 암모늄이었습니다.. 질산 암모늄이란 무엇일까요? 질산 암모늄은 질소 함량이 높아 작물을 기르는 데 유용합니다. 그래서 주로 농업용 비료로 사용되며, 냉각제나 폭약 제조용 원료로도 쓰입니다. 질산 암모늄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평범해 보이는 하얀색 가루일 뿐이지, 그 자체로 폭발성이 높은 물질은 아닙니다.질산 암모늄은 자극이 없을 때는 이렇게 얌전한 가루지만, 열이나 주변 연료, 충격 등 여러 조건을 맞춘다면 얌전한 비료에서 도시를 날려버릴 만큼 위험한 괴물로 변하게 됩니다. 베이루트 항구 한 창고 안에는 이런 질산 암모늄이 무려 2,750톤, 그것도 무방비로 6년 넘게 쌓여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위험한 물질이 어째서 베이루트 항구에 6년이나 방치되어 있었을까요? 이 사건이 벌어진 전체적인 배경을 살펴보죠. 2013년 11월, 광산 발파용 폭약 제조사 FEM은 조지아의 화학기업 루스타비로부터 광산용 폭약 원재료인 질산 암모늄 2,750톤을 발주했습니다. 질산 암모늄 주문을 받은 루스타비는 러시아의 선적 화물선 로서스오와 용선 계약을 맺었고, 로서스오는 2,750톤의 질산 암모늄을 싣고 조지아에서 모잠비크까지 약 9,000km 되는 거래를 배송하기 위해 출항했습니다. 이때 로서스의 선장은 이 화물을 위험한 것으로 간주했지만, 운송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위험한 것은 배에 실린 화물이 아니라 배 그 자체였습니다.. 배송을 맡은 로서스는 1986년 일본에서 만들어진 이후 30년 가까이 사용되었는데, 이 배는 제대로 보수가 되지 않아 매우 낡고 여기저기 고장났다고 합니다. 보통 2013년에도 이 배의 컨디션은 아주 심각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런 배에 질산 암모늄 2,750톤이나 싣고 장거리 운항을 나선 것은 큰 무리였습니다. 아프리카로 향하던 도중 결함이 생겼고, 로서스는 레바논 베이루트 항에 긴급 입항하게 됩니다.. 자, 여기서부터 일이 더 꼬이기 시작합니다.
배가 베이루트 항에 입항하려면 국제사 기수의 규정에 따라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레바논 항만 당국의 점검 결과 로서스의 상태는 아주 엉망이었습니다. 선체는 부식되었고, 안전 장비도 갖춰지지 않았으며, 해양 안전 규정에 대한 위반도 다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항만세 미납과 선원에 대한 임금 채불 문제도 있었습니다. 결국 레바논 당국은 로서스를 정식으로 베이루트 항에 억류시킵니다. 배가 억류될 때 선원들은 선박의 결함 사항을 인정했고, 더 항해하면 죽을 정도로 위험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와, 무슨 이런 배를 가지고 만 km 가까이 항해한 것이 대단하죠.. 여기서 설상가상 문제가 또 생깁니다. 러시아의 선주 이고르 그레초스킨이 배와 선원들을 버리고 도주하는 사태가 발생했거든요. 그레초스킨은 선박 수리비, 항만비, 항만세도 내지 않았고, 심지어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임금도 주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뒤통수를 치고 날아가버린 것입니다. 로서스의 선장 보리스 프로코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고르는 우리에게 단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항구에 억류되니까 이고르는 우리를 버리고 도망친 겁니다.. 2014년 2월 4일, 베이루트 항만 당국은 항만세 미납 등을 이유로 로서스를 납치합니다. 그리고 레바논 법원은 선장과 선원들에게 선박 감시 책임이 있다며 출국 금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제 로서스에 타 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배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자,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기업이 배를 버리고 도망가면서 선원들이 대신 배에 갇히게 되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게 일어난다고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돈이 안 되고 손해만 나니까 배를 버리고 도망가는 것이죠. 이런 경우에는 국제 조약 의무에 따라 선원들이 대신 배에 머물러야 한다고 합니다. 만약 선원들이 배에서 내린다면 임금을 받을 권리를 잃게 됩니다. 정말 악랄한 조약입니다. 국제사기구 데이터에 따르면, 2004년 이후 전 세계에서 438척의 선박이 버려졌고, 5,767명 이상의 선원이 선박에 방치되었다고 합니다. 이게 공식 보고된 사례만 가지고 통계를 낸 것이니까, 보고되지 않은 사례도 많을 것입니다..
합하면 실제 숫자는 훨씬 많을 거예요. 어쨌든 로서스의 선원들은 몇 달 동안 고물 같은 배 안에 갇힌 채 존을 위한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선원들은 배 밖으로 절대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배에서의 생활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고 해요. 배저기는 심각한 부식과 균열이 생겼고, 배수 펌프가 고장 나서 배 밑창에는 더러운 빗물과 바닷물이 고여 악취가 진동했다고 하죠. 전기도 끊겨서 밤에는 완전히 어두운 배에서 생활해야 했고, 식량과 물도 바닥났다고 합니다. 결국 나중에는 한구 노동자들이 나눠주는 음식을 받아먹으면서 연명했다고 하죠. 이런 환경에서 병든 선원들은 아무런 의료 지원 없이 버텨야만 했습니다. 이곳은 더 이상 배가 아니라 일종의 선상 감옥이 된 셈이었습니다.. 선장이었던 보리스 프로코의 인터뷰입니다. 배는 지와 악취로 가득했고, 전기도 없어서 캄캄한 뱃속에서 버텨야 했습니다. 물이 없다 보니 소금물로 씻을 수밖에 없었고, 선원 중 한 명은 병이 났지만 그 어디서도 치료받을 수 없었습니다. 선원들은 한구 노동자들에게 식량과 물을 받아가면서 겨우 빌어먹고 살았습니다.
선장은 배 연료를 팔아가면서 변호사를 수임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들은 꼼짝 없이 배 안에서 죽을 운명이 된 거죠.. 이런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이 다가옵니다. 국제선언 노조 ITF는 임금도 받지 못한 선원들이 구금됐다는 사실을 듣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ITF는 로서스의 선장과 선원들이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변호사를 연결해 줬죠. 또 ITF는 보험 회사에 압력을 가해 선원들이 밀린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ITF는 국제 언론에도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지금 배에 사람들이 갇혀 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선원들 중에는 우크라이나 국적의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대사관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레바논 정부에 직접 협상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결국 로서스의 선원들은 약 11개월의 억류 끝에 한구에서 떠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습니다. 그들은 거의 1년 만에 감옥이나 다름없었던 로서스를 벗어날 수 있었던 거죠.
이렇게 선원들의 문제는 겨우 해결됐습니다.. 하지만 남은 문제가 또 있었어요. 바로 배 안에 남아 있던 화물 2,750톤의 질산 암모늄입니다. 이게 해결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게 배와 화물에 대한 권리 그 자체가 중간에서 붕 떠버려서 그래요. 질산 암모늄을 주문한 고객, 폭약 회사 FE는 아직 질산 암모늄에 대한 대금을 완전히 지불하지 않았어요. 이런 상황에서 선주는 배를 버리고 도망쳤고, 선장과 선원도 배에서 탈출해 버렸죠. 남은 건 화물선으로서 그리고 그 안에 실린 질산 암모늄인데, 배도 화물도 그 누구의 소유가 되지 못하고 베이루트 항에 유기돼 버린 거예요. 레바논 법원은 선박은 폐선하고 화물은 경매 대상으로 지정했고, 질산 암모늄은 하역돼서 베이루트 한구의 12번 창고에 임시 보관됐습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어요. 그 이후가 문제였는데, 임시 보관이었던 질산 암모늄이 아무런 안전 조치 없이 6년이나 방치됐다는 거예요.. 베이루트 한구 측은 질산 암모늄이 위험한 물질이라는 걸 아니까 하루라도 빨리 팔아치우고 싶었어요. 하지만 레바논 법원은 법적인 처리를 계속해서 미뤘고, 그 사이 질산 암모늄은 방치됐습니다.
레바논 세관은 2014년 6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최소 다섯 차례 이상 정부의 질산 암모늄 처분 허가를 요청했어요. 하지만 법원은 역시나 묵묵부답이었고, 정부와 관료들 역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자, 그렇다면 레바논 정부는 왜 질산 암모늄 처리를 계속해서 미뤘을까요? 레바논의 여러 공공 기관들이 이 화물을 책임져야 아무런 이득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보세요, 모잠비크의 폭약 회사 FE는 대금을 완납하지 않았고, 선주는 배와 화물을 버리고 도망쳤죠. 결국 화물의 법적 소유권은 불명확해졌고,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레바논 당국이라고 해도 이 물질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레바논의 여러 공공 기관들이 함부로 화물을 처리했다가 무슨 불상사가 생기면 어떡해요? 그래서 한국에서는 아니, 법원이 처리를 안 해 준다니깐요. 법원에 연락해 보세요.라고 하면, 그거요? 한국에 연락해 보세요. 이렇게 레바논의 모든 공공 기관들이 책임을 떠넘기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어요. 그 사이 질산 암모늄은 도시 한복판에서 6년간 썩어가며 위험한 짐이 되어버렸습니다.. 현재 시간으로 2020년 8월 4일 16시 55분, 하필이면 베이루트 한구의 12번 창고에서 원인물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소방대 아홉 명과 구급요원 한 명이 현장에 긴급 출동했죠. 소방대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이렇게 보고했어요.
이거 화재가 심상치 않습니다. 소리도 미친 듯이 나고요. 일이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요. 오후 6시, 1차 폭발이 발생했습니다. 화재는 내부에 보관된 가연성 물질에 옮겨붙으면서 작은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1차 폭발로부터 33초 후, 2차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질산 암모늄 2,750톤이 한꺼번에 열분해되면서 거대한 붉은 섬광이 터졌습니다. 이것은 마치 핵폭발을 방불케 하는 광경이었습니다.. 강력한 충격파가 도시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고, 1.5킬로미터 이상의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올랐습니다. 한구는 물론이고 주변 건물과 차량도 파괴됐죠. 충격파는 베이루트 저녁은 물론이고 바다 건너 25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키프로스 섬에서도 감지됐습니다. 이 폭발은 베이루트 중부를 강타하여 거대한 붉은 주황색 구름을 만들었고, 잠시 동안 흰색 응축구름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뒤진 관측소에 따르면 당시 충격파의 위력은 진도 3.3에서 3.5 규모의 지진과 유사한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폭발 위력은 약 1.1에서 1.2킬로톤 수준으로, 히로시마 원폭의 10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히로시마 원폭에 10분이라고 하면 그렇게 엄청나게 큰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당시 레바논은 전쟁 중이 아니었고 아무런 대비도 없었기 때문에 이 정도 파괴력으로도 충분히 도시 하나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그만큼 심각한 재난이죠. 이날의 폭발은 도시 전체를 뒤흔들었습니다. 폭발 중심부 근처의 차량 수십 대는 전복되거나 불에 탔고, 폭발 중심에서 100미터 이내에 있던 건물 대부분은 붕괴되거나 반파됐습니다. 1킬로미터 이내 지역의 건물들도 외벽이 무너지고 철골 구조가 드러날 정도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습니다. 5에서 10킬로미터 반경에 있는 고층 건물의 유리창 수천 개는 산산조각 났고, 깨진 유리 파편 때문에 부상자가 속출했습니다. 폭발 충격으로 무게 수 톤의 컨테이너들이 바다에 떨어지거나 수백 미터 날아갔고, 항구에 정박 중이던 선박의 철판 부품들도 인근 거리까지 튕겨 나갔습니다. 위성 영상에서는 항구의 구조물들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500미터 거리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는 공중에 튕겨져서 콘크리트 바닥에 추락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사실상 도심 전체가 폭심지였죠..
폭심지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는 레바논의 3대 의료 기관 중 하나인 세인트 조지 병원이 있었는데요. 폭심지에서 가까운 만큼 이곳도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전기가 끊기고 의료 장비가 모두 정지되면서 간호사 네 명이 사망했고, 중환자 14명이 숨졌습니다. 응급실의 기능이 마비됐고, 병원에는 너무 많은 환자들이 몰려들어 주차장과 거리에서 부상자를 치료해야 했습니다. 세인트 조지 병원은 모든 환자들을 다른 시설로 이송한 다음 폐쇄되고 말았습니다.. 또 이런 일도 있었어요. 폭발 지점 바로 옆에 대형 크루즈선 오리엔트 퀸이 있었거든요. 이 배도 폭발에 휘말려 배가 완전히 박살이 나고 반침몰되었으며, 승조원 두 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중경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이 선박은 2023년까지도 항구에 반쯤 가라앉은 채 방치돼 있는데요. 워낙 오래 방치돼 있다 보니 구글 지도에서도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죠. 항구에 정박해 있던 방글라데시의 해군 선박도 폭발에 휘말렸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승조원 세 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부상당했다고 합니다. 레바논 최대 규모의 곡물 저장고도 통째로 날아갔습니다. 여기에는 레바논 국민 전체가 일주일 동안 소비할 수 있는 15,000톤의 곡물이 보관돼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이게 완전히 파괴돼서 레바논은 즉각적인 식량난에 직면하게 됩니다.. 폭발 지점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 베이루트 국제공항은 유리창이 깨지고 천장이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렇게 베이루트에 있는 건물 수천 채, 관공서, 병원, 학교, 문화유산 등이 손상됐습니다. 베이루트 국제항은 완전히 파괴돼서 항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죠. 2023년 기준 사망자는 218명, 부상자는 약 7,000명, 실종자는 20명에 달합니다. 이재민은 약 30만 명 발생했죠.
청력이 손실된 시민들도 많았습니다. 이번 사고로 인한 재산 피해는 150억 달러 이상이며, 폭발 이후 비공식적인 피해까지 더한다면 그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겁니다.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비핵 폭발 사고로 기록됐습니다. 이 사고 직후 레바논의 수도는 사실상 마비됐습니다. 병원은 넘쳐나는 부상자를 감당할 수 없었죠. 마치 전쟁이 난 것처럼요. 구조대와 자원봉사자들, 국제 사회와 유엔은 인도적 지원을 시작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수천 명의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일으켰습니다. 이게 무슨 정부 잘못이고 왜 사람들이 시위를 하지? 폭발 소식을 처음 들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에요.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레바논의 시민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레바논 정부의 부패에 지쳐 있었거든요. 그 배경을 자세히 살펴보죠. 레바논은 다양한 종교와 민족이 섞여 있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레바논은 권력을 공평하게 나누겠다면서 대통령은 마론파로, 총리는 순위파로, 국회의장은 시아파로, 이런 식으로 종파별로 자리를 나눠 갖는 정치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이게 듣기에는 공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능력 있는 사람들보다 내 종파 사람이 우선이 돼 버리고, 공공 기관들은 줄세우기 자리 나눠 먹기 부패의 온상이 돼 버렸습니다. 이렇게 정치인들은 자기 종파 사람들에게 이득을 몰아주는데 집중했고, 결국 레바논은 쓰레기 수거도 안 되고 물 공급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 이르게 됐습니다.. 안 되고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이런 사회 기반 시설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정도로 사회가 막장이 된 거죠.
게다가 레바논의 외환까지 부족해지면서 2019년에는 레바논 시민들이 은행에서 자기 돈도 못 찾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레바논의 통화는 폭락하고 실업률은 상승하며, 레바논은 국제 사회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미 레바논 시민들은 레바논 사회 전반에 대해 불신이 가득했고, 폭발 직전의 상태였던 거죠. 이때 예고된 참사처럼 한 구역에서 폭발이 터진 겁니다. 6년 동안 폭발물을 두고도 아무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또 무시하고 방치한 것입니다. 베이루트 한 구역이 폭발할 때 시민들의 분노도 함께 폭발했습니다. 시민들은 거리로 우르르 쏟아져 나와서 의회 점거를 시도하고, 관공서에 방화를 일으키며 경찰과 충돌하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폭발 며칠 뒤인 8월 10일, 총리 핫산 디아브는 전원 사퇴했고, 레바논 최고 군사위는 2주 동안 국가 비상 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폭발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후퇴한 시스템과 무능한 정부에 지쳐버린 국민들의 절규였죠. 폭발 이후 레바논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폭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조사는 진전 없이 지지부진했습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도 정치적 계획과 방해 때문에 사고 조사와 재판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했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는 계속되었지만 레바논의 정치 상황은 위기와 맞물려 여전히 복구가 완전하지 않습니다. 해결의 실마리는 여전히 보이지 않죠.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이 폭발은 사실상 국가 전체를 무너뜨리는 결정타가 되었어요. 레바논의 GDP는 17%가 증발했고, 전체 피해는 150억 달러, 약 17조 원 이상에 달했습니다. 그 이후 레바논은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경제는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정부는 내각 총사퇴 이후에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고, 화폐 가치는 폭락했으며 물가 상승률은 400%를 넘는 초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습니다. 레바논의 여러 시민들은 질산암모늄이 폭발하기 전 그 위험성을 수차례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무관심, 부패, 위험한 보관, 그리고 실화가 한데 뭉쳐서 동시에 폭발한 것입니다. 이곳은 질산암모늄이 도시를 날려버린 것이 아니라, 6년간 방치된 시스템이 터져버린 것과 다름없습니다. 베이루트 한 구역 폭발 사건은 도시 전체를 마비시켰고, 레바논에 큰 트라우마와 정치적 후폭풍을 남겼습니다. 베이루트 한 구역의 복구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지부진합니다. 레바논의 종교적 갈등과 시민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죠. 레바논은 지금까지도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이 총체적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3. 영상정보
- 채널명: 리뷰엉이: Owl's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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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로드 날짜: 2025-04-19
- 영상 길이: 20분 38초
- 다시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s2WSpBnC9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