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브루탈리스트》 리뷰 | 인상적인 장면 9가지, 그리고 오프닝과 인터미션의 비하인드 (스포일러 주의!) | 이상한 장면
한줄요약: 영화 《브루탈리스트》의 리뷰와 인상적인 장면들
| 시간 | 요약 |
|---|---|
| 00:00 | 브루탈리스트는 이민자 건축가의 예술적 갈등을 다룸. 미국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함. |
| 00:31 |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오프닝과 연결되며 흥미로운 여지를 남김. 관객의 해석을 자극함. |
| 02:01 | 자유의 여신상은 이민자의 이야기를 암시하며, 라즐로의 기대와는 다른 삶을 예고함. |
| 03:01 | 매춘부와의 장면은 라즐로와 관객 간의 거리감을 형성함. 동정심을 느끼지 않게 만듦. |
| 03:32 | 필라델피아로 향하는 버스 장면에서 오프닝 크레딧이 나옴. 건축 도면 같은 디자인이 신선함을 줌. |
| 08:02 | 인터미션은 단순한 휴식이 아닌 영화적 요소로 기능함.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함. |
| 08:32 | 감독이 20세기 초 색채 사진 기법에서 영감을 받아 사진을 재현함. 시각적 요소가 돋보임. |
| 10:01 | 해리슨의 마데이라 와인 이야기가 다층적인 의미를 지님. 라즐로와의 갈등을 드러냄. |
| 12:01 | 채석장 장면에서 대리석의 신성함과 해리슨의 무관심이 대비됨. 역사적 가치가 강조됨. |
| 13:33 | 오프닝에서 라즐로가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는 장면이 인상적임. 독특한 촬영 각도가 신선함을 줌. |
| 14:02 | 조피아가 라즐로의 문화센터의 의미를 설명하며 영화의 주제를 강조함. 정치적 목적이 드러남. |
| 14:46 | 라즐로의 무기력한 표정이 조피아의 정치적 목적을 강조함. 비극적인 상황을 부각시킴. |
| 15:01 | 라즐로의 예술적 비전이 외부 압력에 의해 왜곡되는 모습이 인상적임. 관객의 공감을 유도함. |
| 15:16 | 영화는 예술과 착취의 관계를 탐구하며, 라즐로의 고통을 통해 예술의 본질을 질문함. |
2. 스크립트
[음악] 브루탈 리스트는 올해 오스카 시상식에서 가장 유력한 작품상 수상작으로 예상되고 있는 작품 중 한 편입니다. 인터미션을 포함해서 3시간 34분 51초에 달하는 러닝 타임을 가진 유장한 시대의 영화로, 미국에 건너간 이민자 건축가의 예술에 대한 집착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미국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저는 어제 이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저녁 7시 30분쯤 극장에 들어갔는데, 극장을 나올 때가 되니까 밤 11시 20분이더라고요.2.1. 브루탈리스트는 이민자 건축가의 예술적 갈등을 다룸. 미국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함.

사실 원래 저는 극장에서 두 시간 넘는 영화를 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인터미션이 처음부터 설정되어 있었고, 또 그 인터미션 자체가 이 영화의 한 장면으로 연출되어 있다고 해서 그게 과연 어떤 체험일지 궁금해서 이 영화를 봤습니다. 보고 나니 여러 장면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어떤 장면은 어떻게 찍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2.2.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오프닝과 연결되며 흥미로운 여지를 남김. 관객의 해석을 자극함.

또 어떤 장면은 계속 생각을 거듭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집에 와서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의 인터뷰와 다른 자료들을 찾아봤습니다. 오늘은 그렇게 브루탈 리스트의 인상적인 장면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당연히 이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아주 많습니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시청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처음 이야기해 볼 장면은 이 영화를 보신 많은 관객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오프닝 시퀀스입니다. 이민선은 타고 있던 주인공 라즐로가 배 밖으로 나오는 장면이죠. 이때 아내 엘리자벳이 보낸 편지의 목소리와 음악, 주위의 소음들이 함께 뒤섞여 들립니다. 너무 어두운 곳이라 인물의 형태가 잘 보이지도 않는데, 이 인물들이 밖으로 나왔을 때 눈앞에 보이는 것이 바로 거꾸로 보이는 자유의 여신상입니다. 극장에서 이 장면을 볼 때는 그 자체로 압도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자유의 여신상을 이런 각도로 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다른 영화나 유튜브 콘텐츠, 또 사진에서도 자유의 여신상을 이런 각도로 촬영한 형태를 본 적이 없던 것 같습니다. 처음 볼 때는 그렇게 신기한 느낌이었는데, 나중에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오프닝 시퀀스의 자유의 여신상이 일종의 선언 같은 느낌이었구나 생각했습니다. 관객들이 예상할 수 있는 그런 이민자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고,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미국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런 미국이 아닐 것입니다. 동시에 라즐로라는 인물이 앞으로 미국에서 겪게 될 삶은 그의 기대처럼 낙관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이 장면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본 라즐로가 환하게 웃는 장면과 연결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를 찾아보니 이 영화의 시나리오에는 카메라가 빠르게 움직이며 독특한 로우 앵글로 자유의 여신상을 비춘다 이렇게만 쓰여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함께 쓴 로마 페스 드라 작가가 이렇게 얘기하죠. 때로는 무언가가 그렇게 단순할 때 더 흥미진진하다. 이전에 아무도 그렇게 자유의 여신상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2.3. 자유의 여신상은 이민자의 이야기를 암시하며, 라즐로의 기대와는 다른 삶을 예고함.

그만큼 아주 단순한 아이디어인데, 그런 단순한 아이디어가 이 영화를 아주 강렬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게 볼 수 있죠.. 거기서 바로 이어지는 장면이 매춘부를 찾아간 라즐로의 모습입니다. 실질적인 성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유사 성행위를 하는 상황인데요. 이때 라즐로는 여자에게 눈썹 위가 어떻게 생겼다, 뭐 이런 식의 얘기를 하죠. 저는 이 장면이 처음부터 이 영화가 관객과 라즐로 사이의 거리를 두게끔 만들려는 그런 장면으로 생각했습니다. 동정심을 느끼지 않게 만드는 장면이라고 할까요? 이 장면에서 라즐로는 이런 와중에도 자신의 남성성, 예술성, 어떤 허영심 등을 채우고 확인받고 싶어 하는 느낌이거든요. 그리고 나중에 보면 이 영화에서 라즐로가 섹스를 하는 장면은 아내에게 헤로인을 주입하고 자신도 헤로인을 맞았을 때 바로 그 상황입니다. 그런 장면과 이 매춘부와의 만남이 연결되는 느낌이 있죠.
2.4. 매춘부와의 장면은 라즐로와 관객 간의 거리감을 형성함. 동정심을 느끼지 않게 만듦.

서로가 굉장히 대비가 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제 라즐로가 버스를 타고 필라델피아로 향합니다. 이 장면에서 이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이 나옵니다. 이런 형태의 오프닝 크레딧도 저는 처음 봤습니다. 건축 도면 같기도 하고, 미국의 마천루 풍경을 도면화해서 만든 것 같기도 하고요. 상당히 신선한 크레딧 디자인이어서 이후에 보게 될 이 영화의 진짜 이야기가 더 기대되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2.5. 필라델피아로 향하는 버스 장면에서 오프닝 크레딧이 나옴. 건축 도면 같은 디자인이 신선함을 줌.

그래서 이 크레딧을 디자인한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봤습니다. 관련 인터뷰도 이미 나와 있더라고요. 이 크레딧을 디자인한 회사가 있고, 그 회사의 이름은 메모리라고 합니다. 예전에 베리 젠킨스 감독의 문라이트, 그 영화도 오스카 수상작인데, 그 영화의 크레딧도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그 인터뷰에 나선 사람은 세바스티안 파르도라는 이 회사의 공동 작업자인데, 이 사람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브레디 코베 감독이고, 이후 세바스티안 파르도라는 사람이 바우하우스에 관한 여러 책들을 탐독하면서 새로운 폰트를 디자인해 이 크레딧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다 문라이트도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이었는데, 만약 브루탈 리스트까지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하면 이 회사의 주가가 더 올라갈 것 같습니다. 한국 영화 중에서도 이 회사에 크레딧을 맡기는 그런 영화가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그다음 이야기해 보고 싶은 장면은 영화를 볼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오니까 아이의 말이 굉장히 중요했던 말이었구나 싶었던 장면이었습니다. 가구점을 경영하는 사촌이 있죠. 아틸라는 인물인데, 이 아틸라가 해리슨의 아들 해리에게 라즐로를 데려가면서 '웃음을 좀 팔아봐' 이렇게 말한 장면이었습니다. 다시 돌이켜보니까, 이게 말하자면 앞으로 라즐로가 미국에서 살면서 미국인 자본가와 함께 일할 때 가졌어야 하는 그런 현실적인 태도이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극중에서 해리슨의 아들 해리도 '우리가 많이 참고 있다' 이런 말들을 하잖아요.
당신들이 불편하다는 이야기고, 동시에 우리가 너희를 이렇게 살게 해주고 있는데 너희는 우리에게 더 굽히고 들어와야 되는 거 아니야 이런 말이죠. 그런데 라즐로는 뭐 하자는 대로 하지도 않고 '왜 수술을 넣어 봤냐' 이런 이야기도 하고, 그렇게 나오다 보니 해리 입장에서는 '왜 이 인간은 나에게 웃음을 팔지 않는가' 이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고요. 또 나중에는 해리슨마저 발음이 구두닦기 같다는 식으로 내려치고 그러잖아요. 물론 이 영화는 그럼에도 끝까지 웃음을 팔려고 하지 않았던 예술가가 끝내 자신의 건축을 통해 자신의 영혼을 남기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아틸라가 해 준 이런 말에는 어떤 당시 현실이 담겨 있는 걸 분명합니다. 이 말의 진짜 속내는 '내 사업을 위해서 네가 웃음을 좀 팔아 줘야 돼' 이런 얘기지만, 동시에 이 미국에서 이민자가 살아남으려면 이런 태도를 가져야 돼, 이런 형태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거죠. 아틸라는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지 않았나 생각했고, 아틸라 입장에서는 라즐로가 정말 답답했을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다음에 눈길이 갔던 장면이 해리슨의 새로운 서제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라즐로가 인테리어를 다 마무리하고 그 공간 가운데에 너무나 아름다운 의자를 갖다 놓죠.
저는 이 공간만으로도 이 장면은 너무 아름답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실제 이 영화의 미술 감독이 디자인한 장면이었고, 정말 누가 봐도 이런 서제를 가진 사람은 굉장히 남다른 취향과 남다른 예술적 감각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공간이죠. 어떻게 보면 라즐로는 자신의 예술적 비전을 이 작은 공간에다 만든 것이지만, 동시에 이 서제를 쓰게 될 사람이 가지고 있을 법한 허용까지 채워 준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고,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이제야 이 라즐로가 가진 예술적인 진가를 발견하는 장면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해봐야 되는 장면이 당연히 인터미션입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저는 이 영화를 본 이유 중 하나가 이 인터미션이 나에게 어떤 체험이 될까 그게 궁금해서 왔던 거였는데요. 이 장면을 이야기할 때는 인터미션이 나오기 직전에 보여줬던 그런 장면들까지 함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의 철강 발전에 대한 엄청난 찬사가 담긴 그런 뉴스의 나레이션이 나오고요, 조피아와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는 내용이 담긴 아내 엘리자벳의 편지 목소리가 교차됩니다. 그러면서 또 굉장히 희망찬 음악을 들려주죠. 그리고 그 끝에 바로 이 사진이 뜨는 겁니다.
여러모로 희망적인 느낌이 가득한 장면입니다. 라즐로에게는 자신이 다시 건축을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생겼고, 아내와 조카도 미국으로 건너올 수 있는 상황이고, 그리고 딱 이렇게 행복한 느낌의 사진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저는 이 인터미션이 있을 때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고 나서 다시 이 사진을 보고 있었습니다. 이 인터미션 전체 시간이 30초 정도 남았을 때까지도 음악이 들렸고, 그다음에 소음이 들리다가 10초 정도 남겨 놓고서 극장 안에 불이 서서히 꺼지더라고요. 그런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인터미션 자체를 그냥 쉬는 시간이 아니라 영화적인 연출을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의 장으로 만든 거죠. 이 영화가 지금 편집상 후보에도 올랐는데, 이 인터미션을 연출한 형태도 좋은 점수를 받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 이 인터미션 자체가 일부에 나온 적이 없던 에르제베트 소개하는 기능도 있고, 앞으로 이들의 삶에 심정적으로 공감하게 만드는 그런 기능도 하고 있죠. 인터뷰를 찾아보니 이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감독이 생각한 이 사진의 스타일이 아주 명확했다고 합니다. 20세기 초반의 색채 사진 기법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고, 실제 1930년대 헝가리의 한 유대교 회당 밖에서 찍힌 결혼식 사진을 참고했다고 합니다. 인물의 수도 똑같고, 엘리자벳의 포즈도 똑같이 연출해서 찍었다고 하네요.
2.6. 인터미션은 단순한 휴식이 아닌 영화적 요소로 기능함.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함.

그리고 이때 이 사진을 감독의 매형이 찍었다고 합니다. 이 영화의 스틸 작가로 참여했던 것 같아요. 그런 다음에 그 사진을 다시 촬영해서 이렇게 만든 거죠..
2.7. 감독이 20세기 초 색채 사진 기법에서 영감을 받아 사진을 재현함. 시각적 요소가 돋보임.

게까지 한 이유도 밝혔는데요. 감독 자신이 여러 영화를 볼 때, 옛날 사진이 소품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 소품을 보면 항상 옛날 사진에 배우의 얼굴을 합성한 경우가 많았던 거죠. 그래서 자기는 이 영화에서 어떻게든 이 사진을 실제로 찍는다는 생각으로 구현을 하려고 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얘기해보고 싶은 장면이 그놈의 마데이라 와인, 그 와인 얘기를 하는 장면이에요. 어떻게 보면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장면인데, 저는 이 장면에 다층적인 의도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슨이 엘리자벳과 조피아를 차에 태우고 가는 상황이죠. 이때 엘리자벳의 질문에 따라 해리슨이 자신이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얘기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마데이라 와인이 있는데, 그걸 죽을 때까지 마실 만큼 모아놓고 보니 이제 흥미를 잃었고, 그다음에 찾은 흥미가 건축이었다는 개념이에요. 해리슨이나 사람의 본질을 드러내는 장면 같기도 한데, 저는 한편으로는 해리슨이 이야기하는 저 말이 진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어쨌든 이 영화 안에서 해리스는 라즐로의 예술성을 경외하는 사람이잖아요. 경외하다 보니 그걸 어떻게 통제하고 싶어한 사람일 수도 있고, 그러면 적어도 라즐로 아내 같은 인물 앞에서는 자신의 예술적인 취향과 감각을 과시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이 와인 이야기는 자신을 좀 내려치는 이야기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리슨이 의식적으로 꺼낸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난 이럴 정도로 돈이 많아, 내 관심과 취미에 이 정도로 돈을 많이 쓸 수 있어.
2.8. 해리슨의 마데이라 와인 이야기가 다층적인 의미를 지님. 라즐로와의 갈등을 드러냄.

나는 사실 이렇게 졸부와 다름없는 사람인데, 나 같은 졸부에게 고용당하고 있는 너희들은 뭐냐?' 이런 식의 이야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아예 의도적으로 라즐로와 그의 가족을 모욕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할까요? '너희는 그냥 나의 고급 취미에 동원되는 사람일 뿐이야.' 이런 느낌인 거죠. 그래서 엘리자벳을 신문사에 소개해 주겠다는 말도, 이게 실질적인 선의가 아니라 '너희들 모두 나에게 좀 더 많은 존경심을 보여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중에 가서 채석장에서 벌어지는 그 끔찍한 사건을 보니까 더 그렇게 느껴지더라고요. 이 사람의 어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다시 돌이켜 보면, 겉으로는 굉장히 쿨해 보이고 신사적이고 그래 보여도 사실 모든 말과 행동 안에 그런 의도가 숨어 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리고 이제 채석장 장면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아요. 해리슨과 라즐로가 공사를 다시 진행하기로 하면서 대리석을 구하기 위해 이탈리아의 채석장을 방문하는 장면이죠. 이 장면은 일단 대리석 그 산이 압도적으로 보이는 게 정말 특징이었습니다. 일부러 멀리서 롱샷으로 인물과 산의 크기를 극단적으로 대비해서 찍은 장면도 있었고요. 그래서 자마자 어떤 느낌이었냐면, 이런 산을 깎아도 되는 것인가, 이런 산에서 돌을 채취해 가져가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신비하고 신성한 느낌으로 가득한 공간이죠. 그런데 여기서 해리슨이 가이 피어스가 정말 연기를 잘한 것 같은데, 대리석의 얼굴을 대면서 막이 도치된 표정을 보여주잖아요. 그런 꼴보기 싫은 모습을 정말 제대로 연기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공간이 가진 느낌과 스토리 때문에 이곳에서 해리슨이 쓰러지는 그런 끔찍한 사건이 더 충격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있죠. 여기가 말하자면 파시스트와 싸웠던 투쟁의 성지 같은 공간인데, 해리슨 같은 인물에게는 이 산의 역사와 가치, 아름다움 등을 전혀 존중할 생각이 없는 거죠. 그런 맥락의 대비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영화 속 장소에 대해 좀 찾아봤는데요. 실제 대리석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카라라의 한 채석장에서 찍은 장면입니다. 원래 이 지역의 대리석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하죠.
2.9. 채석장 장면에서 대리석의 신성함과 해리슨의 무관심이 대비됨. 역사적 가치가 강조됨.

심지어 아주 옛날에 미켈란젤로가 다비드상을 조각할 때도 이곳에서 나온 돌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재밌는 게 촬영을 어떻게 진행했는가에 대한 스토리가 좀 있어요. 브레드 코백 감독은 이 영화를 처음 기획했을 때부터 이 지역의 채석장 한 곳을 골라 촬영을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채석장에 연락을 돌렸는데,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았다고 해요. 왜냐하면 항상 공사가 이루어지는 곳이고, 또 돌 자체가 워낙 미끄럽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그만큼 컸던 거죠. 그래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촬영을 하다가 애드리안 브로디에게 이런 얘기를 했대요. '이탈리아 채석장이 섭외가 안 돼.' 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겠죠. 그런데 그때 애드리안 브로디가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내 친구 중 하나가 집에서 채석장을 하는데, 거기가 그 이탈리아 카라라야.' 이렇게 얘기를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애드리안 브로디가 그 친구의 연락처를 줬고, 그렇게 이 채석장을 찍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정말 영화가 어떻게든 되려고 하니까 그런 행운도 찾아오는 거겠죠. 그리고 얘기하고 싶은 게 이 영화입니다..
['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시간이 흘러서 1980년이 되고, 제1회의 건축 비엔날레가 베니스에서 열리라는 설정입니다. 솔직히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 뜬금없었습니다.
2.10. 오프닝에서 라즐로가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는 장면이 인상적임. 독특한 촬영 각도가 신선함을 줌.

음악도 갑자기 경쾌하게 바뀌고, 곤돌라에서 보는 그런 베니스의 풍경을 이제 연출했는데, 어떻게 보면 이 장면이 맨 처음 오프닝에서 배를 타고 미국으로 들어오던 라즐로의 시선에서 자유 여신상을 본 장면과 연결될 수 있겠죠. 그렇다고 해도 뜬금없는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인터미션을 전화할 때는 그렇게 공을 들였던 영화가 갑자기 이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고, 그 나중에 리뷰들을 찾아보니까 이런 부분 때문에, 특히 이 영화의 후반부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평이 엇갈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2.11. 조피아가 라즐로의 문화센터의 의미를 설명하며 영화의 주제를 강조함. 정치적 목적이 드러남.

그럼에도 이 장면이 어느 정도 흥미로운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에 맨 처음에 보였던 그 조피아가 또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만들고 있죠. 이 자리에서 조피아는 라즐로가 그토록 착취당하며 만들었던 문화센터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설명합니다. 라즐로 자신이 갇혔던 강제 수용소와 내 엘리자벳이 있었던 또 다른 수용소의 공간적 의미를 구현하려 했다, 뭐 이런 내용이고,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과정이 아니라 목적지다 이렇게 마무리를 합니다. 이 장면에서 분명한 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주체가 라즐로가 아니라 조피아라는 거죠. 라즐로는 아예 걸을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에 있습니다. 그래서 조피아가 대신 이야기를 하는 건데, 과정보다 목적지가 중요하다는 이 말이 정말 라즐로의 뜻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죠. 물론 말을 읽기 전에 라즐로가 그렇게 말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이 상황에서 조피아는 그런 삼촌이 한 말들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용한다는 느낌이죠.
2.12. 라즐로의 무기력한 표정이 조피아의 정치적 목적을 강조함. 비극적인 상황을 부각시킴.

특히 이 장면을 보면 라즐로가 그냥 멍하게 무기력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그런 연출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보입니다. 그런 연결을 볼 때 저는 이제 이 상황에서도 라즐로가 자신의 예술적 비전을 착취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는데, 저는 그렇게 볼 때 이 영화가 조금 더 흥미롭더라고요.
2.13. 라즐로의 예술적 비전이 외부 압력에 의해 왜곡되는 모습이 인상적임. 관객의 공감을 유도함.

과거에는 자본가에 의해 착취당했던 그가 이제 유명해진 이후에도 또 다른 목적에 의해 자신의 예술 세계를 침범당하고 착취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세상이 또 한 번 라즐로에게 잔인한 모습을 드러내는 게 이 영화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한 장면 말고도 더 찾아보고 생각해 보고 싶은 장면이 많았습니다. 세 시간이 넘는 영화니까 그런 장면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런데 제가 오늘 쓸 수 있는 시간이 좀 한정되어 있어서 이렇게 정리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14. 영화는 예술과 착취의 관계를 탐구하며, 라즐로의 고통을 통해 예술의 본질을 질문함.

브루탈 리스트를 보신 여러분들도 인상적인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곧 또 다른 작품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3. 영상정보
- 채널명: 이상한 장면 by 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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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14,217
- 업로드 날짜: 2025-02-20
- 영상 길이: 16분 3초
- 다시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H-XOkLFAd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