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위기와 그 배경

롯데의 위기와 그 배경

1. 현금부자는 어쩌다 빚쟁이가 됐을까? 당신이 몰랐던 롯데(Lotte)의 위기 통합편[브랜드 스토리]

한줄요약: 롯데의 위기와 그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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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요약
02:49 롯데건설은 PF 사업 확대 중에 위기를 맞이하게 됨.
21:48 롯데는 2008년부터 중국에 진출했으나, 사드 사태로 인해 큰 위기를 맞음.
23:03 사드 배치 결정 후, 중국은 롯데에 대한 보복 조치를 시작함.
23:32 롯데마트와 백화점의 영업 정지 처분으로 매출이 급감함.
24:17 롯데 쇼핑은 차입금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함.
25:18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음.
31:32 롯데는 위기 속에서도 부동산 자산을 활용하려는 전략을 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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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크립트

국내 5대 재벌 그룹으로 흔히 삼성, SK, 현대, LG, 롯데를 꼽는데요. 그런데 2023년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자산 총액 기준으로 2010년부터 13년간 줄곧 국내 5위를 차지해 오던 롯데가 포스코에 밀려나 국내 6위의 기업 집단이 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게다가 2024년 11월 18일에는 '롯데, 제2의 대우 그룹으로 공중분해 위기'라는 제목의 찌라시가 나돌면서 롯데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는 루머가 확산되었습니다. 롯데가 부랴부랴 사실 무근이라며 반박 자료를 뿌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일 없다'고 최근 롯데 그룹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번 브랜드 베가에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24년 11월 18일 하루 동안 일파만파 퍼져 나가던 찌라시에는 롯데 그룹 전체의 차입금이 무려 39조 원에 달하며, 12월 초과되면 결국 채무를 갚지 못한 롯데가 채무 불이행을 선언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게다가 롯데가 제2의 대우 그룹이 될 것이라는 자극적인 제목까지 더해져 롯데 계열사들의 주식은 순식간에 적게는 5%, 많게는 10% 하락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겨 주었는데요. 무려 롯데와 같은 재벌 그룹이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진다고 의심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롯데 그룹 부도설에 신빙성을 더한 것은 2024년 9월 말 기준 롯데 지주, 호텔 롯데, 롯데 케미칼, 롯데 그룹 간판 계열사 세 곳의 총 차입금이 실제로 약 35조 원에 달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게다가 2020년 말에도 25조 원에 달했던 차입금이 4년 동안 10조 원이나 불어난 것이었기 때문에 그룹 전체 차원의 재무 상황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는 충분한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롯데 그룹의 차입금이 이렇게까지 늘어난 이유는 최근 몇 년간 롯데가 2차전지 소재 기업 일진 머티리얼즈, 편의점 기업 미니스톱, 가구 기업 한샘, 중고 거래 플랫폼 기업 중고나라 등 크고 작은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며 그룹의 몸집을 적극적으로 불리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수천억 원을 주고 인수한 기업들이 모두 적자를 내면서 차입금의 적자까지 더해져 그룹 전체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게다가 새로 인수한 기업들뿐 아니라 롯데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 케미칼도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롯데 그룹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었는데요. 원래 롯데 케미칼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조 단위의 돈을 롯데 그룹에 벌어다 주는 알짜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근래 몇 년간 중국이 석유 화학 공장을 마구잡이로 지어 석유 화학 업계의 공급 과잉을 초래하면서 롯데 케미칼은 2022년부터 적자로 전환하였고, 한 해에 7,626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적자를 낸 후 2023년에 3,477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였으며, 2024년에도 1~3분기 동안 6,600억 원의 적자를 내면서 롯데 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신사업 실패에 롯데 케미칼의 적자까지 더해진 롯데 그룹의 재무 상황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롯데의 위기는 이게 다가 아니었는데요. 2021년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으로 국내 부동산 경기에 불황이 오고 건설 업계 전체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 롯데 그룹의 계열사인 롯데 건설도 PF 우발 채무 5조 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빚을 진 상황이었습니다. PF 우발 채무는 금융권에서 대규모의 대출을 받아 부동산 사업을 진행하던 시행사가 부도가 났을 때 건설사가 시행사의 대출 채무를 떠안는 것으로,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사업들이 중단되면서 롯데 건설을 포함한 대다수의 건설사들이 PF 우발 채무를 떠안아 허덕이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물론 PF 우발 채무는 중단된 건설 공사를 마무리해 건물을 분양해 수익을 얻으면 해결할 수 있는 채무이행이지만, 일반적인 빚의 개념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2.1. 롯데건설은 PF 사업 확대 중에 위기를 맞이하게 됨.

롯데건설은 PF 사업 확대 중에 위기를 맞이하게 됨.
Fig.1 - 롯데건설은 PF 사업 확대 중에 위기를 맞이하게 됨.

하지만 건설을 마무리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계열사들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롯데 케미칼의 보증을 받아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원활한 기업 운영에는 분명히 어려움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용 평가 기업들은 2022년부터 지속적으로 롯데 계열사들의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하였고, AA 플러스였던 롯데 케미칼은 AA로, AA였던 롯데 지주는 AA 마이너스로 강등되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앞으로의 전망 또한 부정적이라는 평가를 부여했는데, 부정적 판정은 6개월 이내에 신용 등급이 추가로 하락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롯데 계열사들의 신용 등급 하락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신용 등급이 낮아질수록 차입금을 빌리는 비용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기 때문에 정말 롯데가 이대로 망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차입금에 롯데 그룹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처럼 보여도, 대부분의 금융 관계자들은 이번 부도 찌라시가 사실이 아니라며 롯데가 대우차처럼 부도가 날 리는 없다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롯데 그룹이 가진 현금만 약 15조 원에 달하며, 여기다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 소초에 보유한 공장 부지 등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만 해도 약 56조 원에 달하며, 비상시에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이 71조 원이 넘는 수준이라 35조 원의 차입금이 롯데를 무너뜨릴 정도의 규모는 아니라는 것이 금융 관계자들의 의견이었습니다. 이렇게 찌라시의 내용이 터무니없다는 관계자들의 반응과 함께 롯데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면서 롯데 계열사들의 주식 가격 또한 조금이나마 반등을 하고, 롯데 그룹 부도설이 점점 잠잠해지는 듯했는데요. 그런데 며칠 후인 2024년 11월 21일부터는 롯데케미칼의 회사채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면서 롯데 그룹의 유동성 위기론에 다시 한번 불을 지피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11월 21일, 롯데케미칼은 재무 약정으로 인해 회사채 기한의 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했으며, 재무 약정 위반 유예를 위해 사채권자 집회를 소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마치 암호문과 같은 이 말의 뜻은 롯데케미칼이 채권자들에게 돈을 빌릴 때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채권자들이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채권자들과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롯데케미칼은 2013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10년간 발행한 회사채 14개가 문제가 되었으며, 부채 규모는 이조 원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롯데케미칼이 해당 회사채를 발행하며 채권자들과 체결한 재무 약정 조항에는 부채 비율을 200% 이하로 유지하고, 자본 대비 담보 금액 비율을 일정 이하로 유지하는 등 건전한 재무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여러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는데요. 그중 문제가 된 것은 3년간 상각 전 영업 이익의 평균치가 이자 비용 대비 다섯 배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조 단위의 흑자를 내던 롯데케미칼은 2020년 말 기준 이자 비용 대비 이익 평균치가 20배에 달할 정도로 건전한 재무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적자가 계속 누적된 결과, 2024년 3분기 기준 롯데케미칼의 이자 비용 대비 이익 평균치는 4.3배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롯데케미칼은 채권자와의 약정을 위반했고, 그 결과 채무자가 만기까지 부채를 상환하지 않고 대출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인 기한의 이익이 상실될 수 있는 사유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면 채권자는 즉시 채무자인 롯데케미칼에 채무액 전액의 상환을 요구할 수 있으며, 롯데케미칼은 이조 원이나 되는 현금을 어딘가에서 마련해 채권자들에게 갚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기한 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했다고 해서 채권자들이 바로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닌데요. 사유 발생 후 채권자들의 집회가 소집되고, 집회에서 기한 이익 상실 선언을 결의해야 조기 상환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롯데케미칼은 어떻게든 기한 이익 상실 선언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채권자 집회에서 채권자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롯데케미칼은 은행 예금 2조 원과 유동성 자금을 포함해 총 4조 원의 현금성 자산이 있으며, 롯데 그룹 전체가 보유한 현금 15조 원도 가용할 수 있어 이번 회사채 기한 이익 상실 사유 발생 사건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찌라시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에 관해서는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14개의 회사채는 각자 채권자의 구성이 달라 14개 회사채 모두에서 각각 기한 이익 상실 유보 동의를 받아내야 하는데, 이 중 하나의 회사채라도 협의의 실패로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면 동의를 받은 다른 13개의 회사채도 기한의 이익이 상실된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특정 회사채의 기한 이익이 상실되면 회사채 관리 계약에 따라 모든 회사채의 기한 이익이 상실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 문제가 된 14개 회사채 이외에 약 2천억 원 규모의 또 다른 두 개의 회사채와 약 8조 원 규모의 은행 차입금, 게다가 롯데케미칼이 보증해 준 롯데건설의 회사채까지 모든 채무가 연쇄적으로 기한의 이익이 상실돼 롯데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험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채권자들 또한 롯데 그룹이 무너지지 않고 정상적으로 채무를 상환하는 것이 본인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조기 상환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이루고 있습니다. 대신 합의가 원만하게 진행되더라도 채권자들이 그 대가로 이자율 상향을 요구하면 적자 행진을 이어가는 롯데케미칼의 재무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말들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결국 석유 화학 산업이 다시 살아나 롯데케미칼이 예전처럼 조 단위의 흑자를 내는 기업이 되는 것이 롯데 그룹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열쇠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경기 사이클을 타는 석유 화학 산업 특성상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롯데 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우선 계열사와 그룹 자산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중입니다.. 저 계열사 중 매각 매물로 언급된 것은 시가 총액 1조 원이 넘는 국내 렌터카 1위 사업자 롯데 렌탈입니다. 2023년 기준 매출액 2조 7,521억 원의 영업 이익 345억 원을 달성했을 정도로 알짜 계열사인 롯데 렌탈이 매물로 언급되자 시장에서는 오히려 롯데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롯데 렌탈 외에도 롯데 그룹 내 유일한 금융 계열사인 롯데 캐피탈, 그리고 자산 중에는 매각 예상가 2억에서 3천억 원대의 롯데 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 등이 매각 물망에 오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계열사와 자산 매각 이야기가 흘러나오던 와중, 2024년 11월 27일 롯데케미칼이 회사채 신용 보강을 위해 국내 최고의 랜드마크이자 그룹 핵심 자산인 현재 가치 약 6조 원으로 추정되는 롯데월드 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계속해서 유동성 위기에 대한 잡음이 흘러나오니, 시장은 우리를 가라앉히기 위해 롯데 그룹 입장에서도 초강수를 둔 것인데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죽하면 롯데 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 타워를 담보로 내놓겠다고 했을까요? 진짜 롯데에 큰 일이 나긴 났나 보다라는 반응이 나오며 오히려 롯데 위기설에 더 기름을 부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사실 롯데는 창업주였던 신격호 명예회장 시절만 해도 무차입 경영으로 유명한 기업이었습니다. 화려함을 멀리하고 실리를 추구한다는 뜻에 거화 출시를 저명 삼았던 신 명예회장은 잘하지 못하는 분야인데 빚을 얻어 사업을 방만하게 해서는 안 되며,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신규 사업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말하며 롯데를 부채 비율이 낮은 현금 부자 기업으로 운영했었습니다. 그래서 1997년 IMF 당시 대우를 포함한 많은 기업들이 부채 폭탄이 터져 무너질 때도 부채 비율이 낮았던 롯데는 직원 해고와 같은 구조 조정 한 번 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새로운 롯데 그룹의 회장 신동빈의 스타일은 달랐습니다. 장남인 신동주가 일본 롯데를, 차남인 신동빈이 한국 롯데를 경영하기도 한 이후 신동빈은 1997년 한국 롯데 그룹 부회장을 거쳐 마침내 2011년 한국 롯데 그룹 회장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경영 스타일을 보여 주기 시작했는데요. 신 회장이 취임 후 가장 전면에 내세웠던 경영 전략은 바로 글로벌 롯데 전략이었습니다. 신 회장은 2010년 이미 자산 총액 기준 국내 5위 기업에 오른 롯데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진출과 신규 사업 확장이 필수라고 판단했는데요. 그래서 글로벌 진출과 사업 확장에 필요한 대규모 자본을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들여와 활용하는 차입 경영을 그룹의 핵심 기조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의 무차입 경영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었죠. 사실 신 회장은 이미 2004년부터 롯데그룹 부회장이자 롯데 쇼핑 정책 본부장으로서 2006년 우리 홈쇼핑을 인수해 롯데 홈쇼핑을, 2009년 두산 주류를 인수해 롯데 주류를 만드는 등 굵직한 M&A를 주도하며 성공적인 M&A 사례를 만들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회장에 오른 뒤부터는 더욱 공격적으로 M&A 전략을 펼치며 롯데 그룹의 덩치를 불리는데 주력하기 시작했죠. 대표적으로 2012년에는 하이마트를 1조 280억 원에 사들여 가전 유통망을 강화했고, 2015년에는 KT 렌탈을 1조 200억 원에 사들여 롯데 렌탈로 사명을 변경, 롯데가 국내 업계 1위의 렌터카 사업자가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하이마트 인수와 KT 렌탈 인수가 성공적인 M&A 사례로 평가받던 당시에도 회사채를 발행해 얻은 차입금으로 공격적인 M&A 전략을 펼치는 롯데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눈빛들이 있었습니다. 당시 하이마트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했던 롯데 쇼핑의 차입금이 2010년 말 기준 1조 9천억 원에서 1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어나자 국제 신용 평가사 무디스는 롯데 쇼핑의 신용 등급을 A3에서 Baa1로 하향하고 전망 또한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렇게 차입 경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오던 신 회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롯데를 글로벌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신 회장은 롯데가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롯데를 키워온 내수 위주의 유통 사업이 아니라 그룹 내에서 해외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석유 화학 사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래서 2013년 기준 전체 매출 12조 2,734억 원 중 무려 65%에 해당하는 8조 495억 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일 정도로 해외 매출 비중이 높던 롯데 케미칼의 덩치를 더욱 키워보기로 결정합니다. 그렇게 2015년 10월 삼성 그룹으로부터 삼성 정밀 화학, 삼성 BP 화학, 삼성 SDI의 케미칼 사업 부문 등 화학 관련 계열사들을 2조 8천억 원이라는 거금에 사들이면서 신 회장의 본격적인 롯데 케미칼 키우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리는 자금은 롯데케미칼의 주머니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인수 당시인 2015년 3분기 롯데케미칼이 보유하고 있던 현금은 무려 2조 8천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롯데케미칼은 그 현금만으로도 인수 자금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현금 부자 기업이었는데, 이렇게 롯데케미칼의 현금이 풍부할 수 있었던 것은 롯데케미칼이 2010년 9천 39억 원, 2011년 1조 4,701억 원, 2012년 3,717억 원, 2013년 4,875억 원, 2014년 3,900억 원 수준으로 지난 5년간 꾸준히 수천억 원대의 영업 이익을 남겨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2015년 3분기 기준으로 자산이 11조 3,500억 원, 차입금은 2조 6천억 원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건전한 재무 구조를 가진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롯데의 본격적인 롯데케미칼 키우기가 시작되면서 이후로도 엄청난 자금이 필요한 프로젝트들이 롯데케미칼의 현금을 필요로 하기 시작했는데요. 우즈베키스탄 공장 건설에 3,850억 원, 여수 공장에 2,800억 원, 서산 대상 공장에 1,920억 원, 말레이시아에 3천억 원, 미국 시외 가스 프로젝트에 2조 9천억 원 등 2018년까지 무려 4조 원 이상의 투자 계획이 추진되면서 점점 롯데케미칼이 너무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언론으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롯데케미칼이 또 한 번 영업 이익 1조 6,111억 원, 2016년에는 무려 2조 5,443억 원의 영업 이익을 달성했고, 2017년에는 3조 원에 가까운 2조 9,297억 원의 영업 이익을 내면서 이런 우려의 목소리는 어느 순간 싹 사라지게 되었죠. 2017년 롯데 그룹 전체 영업 이익이 4조 8,940억 원이었는데, 그중 롯데케미칼이 벌어들인 돈이 3조 원에 달했으니, 롯데케미칼이 롯데 그룹을 먹여 살린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석유 화학 산업은 7년에서 10년 주기로 경기가 좋으면 매출이 좋아졌다가 경기가 나쁘면 매출이 떨어지는 경기 순환을 반복하는 특성이 있는 산업이었습니다. 경기가 좋을 때 매출이 늘어난 석유 화학 기업들이 신나게 공장을 짓고 공급을 늘렸는데, 어느 순간 경기가 악화되어 수요가 줄어들게 되면 수조원에 달하던 이익이 한순간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을 정도로 상승과 하강이 극명한 산업이 바로 석유 화학 산업이었습니다.

앞으로 석유 화학 산업이 하강 사이클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는데요. 그러나 롯데케미칼 키우기가 신의 한 수였다는 것이 드러난 상황에서 롯데 그룹의 롯데케미칼 키우기는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투자 규모는 더욱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롯데케미칼은 2012년부터 추진해 오던 인도네시아 대규모 화학 단지를 건설하는 라인 프로젝트에 또 한 번 4조 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2022년에는 사업 범위를 석유 화학에서 전기차 배터리 소재로 확장하기로 결정하고, 2차전지 소재 기업인 일진 머티리얼즈를 2조 7천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금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신 회장의 차입 경영 기조에 따라 AA 플러스의 우량한 신용도를 바탕으로 회사채를 적극적으로 발행하고, 주식 담보 대출 등 금융기관을 통한 차입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죠. 그 결과 2023년 기준으로 롯데케미칼의 총 차입금 규모는 9조 6천억 원 수준으로 증가했습니다. 한편, 계속되는 투자 확대 속에서 롯데케미칼은 2019년 플라스틱 같은 화학물을 만들 때 사용되는 대표 석유 화학 연료 중 하나인 에틸렌의 연간 생산 능력이 450만 톤 규모로 국내 1위, 아시아 5위, 세계 7위 수준을 달성했습니다. 2021년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롯데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 쇼핑의 매출과 영업 이익을 동시에 추월하면서 롯데케미칼은 화학 사업을 기반으로 롯데 그룹의 새로운 핵심 계열사로 확고히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신 회장의 롯데케미칼 키우기는 내수 위주였던 롯데를 글로벌 롯데로 탈바꿈시킨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았죠. 하지만 이런 평가는 2022년부터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정반대로 뒤집히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부터 10년간 꾸준히 매년 수천억 원을 벌어들이며 승승장구하던 롯데케미칼, 하지만 상승과 하강 사이클이 반복되는 석유 화학 산업의 특성상 롯데케미칼의 호황은 영원하지 않았습니다. 2017년 3조 원에 육박했던 영업 이익은 2018년 1조 9,674억 원, 2019년 1조 173억 원으로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는데요.

호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너도나도 공장을 짓고 생산량을 늘린 결과, 석유 화학 제품의 공급이 점점 과잉 상태에 접어들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롯데케미칼을 포함한 국내 화학 기업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한 것이 바로 중국이었습니다. 중국은 원래 롯데케미칼은 물론 국내 소유 화학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고객들이었습니다. 국내 석유 화학 업체들의 중국 수출 비중은 50%에 달했고, 해외 매출의 50% 가까이가 중국에서 발생하는 것은 롯데케미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2010년 석유 화학 제품 자급자족을 선언한 뒤, 연간 천만 톤 수준이었던 에틸렌 생산량을 꾸준히 늘려온 결과, 2018년에는 그 두 배가 넘는 265만 톤의 에틸렌 생산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중국이 우리나라에서 수입해 가는 석유 화학 제품의 수입량은 2017년 193만 톤, 2019년 181만 톤, 2021년 172만 톤, 2023년 170만 톤으로 시간이 갈수록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문제는 롯데케미칼의 전체 매출 중 65%가 에틸렌 관련 매출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최대 고객인 중국이 에틸렌을 수입하지 않고 직접 만들어 쓰는 비율이 높아지자, 롯데케미칼의 실적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공급은 늘고 경기 하강으로 수요까지 줄어드는 낌새가 보이자, 국내 석유 화학 업계에서는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잠깐 보류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점점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중국은 에틸렌을 자급자족하는 것을 넘어 저가의 노동력으로 만든 석유 화학 제품을 수출하기로 결정하고, 에틸렌 생산량을 또 한 번 폭발적으로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265만 톤이었던 중국의 에틸렌 생산량은 5년 만인 2023년에 두 배로 늘어나 517만 톤에 육박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은 에틸렌 세계 최대 생산국이 된 것도 모자라, 2024년부터는 석유 화학 원료 수출량이 수입량을 추월하는 순수출국의 위치까지 넘보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생산량 증가가 가파르면 가파를수록 롯데케미칼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졌고, 2021년까지 해도 1조 원대 흑자를 유지하던 롯데케미칼은 2022년부터 7626억 원, 2023년 3477억 원, 2024년에도 수천억 적자를 확정 지으며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조 단위의 흑자가 단 몇 년 사이 수천억의 적자로 뒤집히면서 수많은 문제들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1편에서 봤듯이 조 단위 흑자를 낼 때만 해도 문제가 없었던 회사 체질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고, 10년 이상 AA 플러스를 유지하던 신용 등급도 AA로 강등되었습니다. 구체 비율은 2020년 41%로, 4년 연속 증가해 2024년에 75%에 달하며 재무 구조가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롯데케미칼이 흑자를 내고 있을 때는 성장 속도를 높여주었던 신 회장의 차입 경영이 롯데케미칼이 적자로 돌아서자 여러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의 문제가 적자 전환으로 발생한 문제인 만큼, 경기 하강 사이클을 지나 경기가 다시 좋아지면 롯데케미칼의 상황도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도 시추한 석유로 직접 화학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나서면서 롯데케미칼의 위기에 한층 심각성을 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석유 시추 후 운송비가 들지 않는 중동에서 에틸렌을 만들 시, 저렴한 노동력의 중국산보다도 30% 저렴한 에틸렌을 만들 수 있어 롯데케미칼 입장에서는 그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따로 있었는데요, 바로 롯데 그룹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계열사가 롯데케미칼뿐만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2010년대 중후반, 롯데 그룹은 시의장의 적극적인 의지에 따라 롯데케미칼 키우기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 롯데 그룹의 본진이 있던 유통 사업은 창립 역사상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었는데요.

롯데 백화점, 롯데마트, 롯데 슈퍼, 롯데온, 롯데 하이마트, 롯데 홈쇼핑 등 유통 채널을 보유한 롯데의 유통 핵심 계열사 롯데 쇼핑의 매출은 2016년 약 30조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7년 약 18조 원으로 폭삭 주저앉은 후 그 이후로 한 번도 반등을 하지 못하고 매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영업 이익도 2016년 940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1년 2000억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는데요. 이후 2023년부터 영업 이익은 5000억 원 수준을 회복했지만, 매출은 더욱 쪼그라들어 15조 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아직 롯데 쇼핑의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롯데 쇼핑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 2017년부터라는 것입니다. 2017년은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됐던 사드 사태의 후폭풍이 본격적으로 롯데 쇼핑을 덮친 해였습니다. 롯데 쇼핑은 2007년 롯데마트의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2008년 롯데 백화점까지 중국에 진출했으며, 사드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100개가 넘는 롯데마트 점포와 다섯 개의 롯데 백화점 전포를 운영하는 등 공격적으로 중국 사업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6년부터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추진하자, 중국은 사드의 용도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한국에 대한 엄청난 보복 행위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급속히 냉각되는 한중 관계에 롯데는 물론 중국 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많은 기업들이 사드 사태의 최대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편, 조용히 넘어가기를 빌고 또 빌었습니다. 사드는 중국의 반대는 물론, 군사 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부지 선정에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그러던 2016년 9월, 국방부가 사드를 롯데 그룹 소유의 성주 골프장 부지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부지 선정이 완료되었고, 본격적으로 사드 배치가 추진되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당시 롯데가 국방부의 요구를 거부하지 않고 순순히 성주 골프장 부지를 내준 것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점이 남았었는데, 한간에는 당시 그룹 총수였던 시의장이 친인척 소유 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비자금 조성 등 1,700억 원 규모의 배임 횡령 혐의로 구속될 위기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정부와 협의의 성주 골프장 지와 시의장의 구속 영장 기각을 맞바꾼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이 선택으로 인해 롯데의 중국 사업은 크게 위협받기 시작했는데요. 안 그래도 사드 배치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중국은 사드 부지까지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국방부에 협조한 롯데를 향해 온갖 보복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 12월, 중국은 중국에 진출해 있던 롯데마트와 롯데 백화점의 모든 사업장에 대해 세무 조사와 함께 소방 점검, 위생 점검 등을 실시했고, 롯데마트 80여 개 이상의 전포에 대해 영업 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2.2. 롯데는 2008년부터 중국에 진출했으나, 사드 사태로 인해 큰 위기를 맞음.

롯데는 2008년부터 중국에 진출했으나, 사드 사태로 인해 큰 위기를 맞음.
Fig.2 - 롯데는 2008년부터 중국에 진출했으나, 사드 사태로 인해 큰 위기를 맞음.

게다가 중국인들의 롯데 불매 운동까지 일어나면서 영업 정지 처분을 받지 않은 점포들도 매출이 80% 이상 급감했는데, 사드 보복으로 사실상 중국 사업 자체가 어려워지자 롯데 쇼핑은 중국 롯데마트 매각을 결정했지만, 그마저도 중국 정부의 보복을 두려워한 기업들이 롯데마트 인수를 꺼리면서 롯데 쇼핑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수조 원의 피해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결국 2018년 5월, 매각을 결정한 지 약 8개월 만에 겨우겨우 롯데마트 매각에 성공하면서 롯데 쇼핑은 중국에서 도망치듯 탈출하게 되었죠. 한편, 이렇게 10년간 공들였던 중국 사업에 실패한 롯데 쇼핑은 그 후유증을 극복할 시간도 없이 쿠팡을 선두로 국내 유통 시장을 장악한 이커머스 트렌드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국내 매출과 영업 이익 또한 지속적으로 감소했는데요. 2019년부터는 영업 이익만 15조 원 규모의 차입금에서 발생하는 5천억 원의 이자조차 갚을 수 없는 한계 기업 상태가 됐을 정도로 롯데 쇼핑의 상황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 수유의 부동산을 가득 가지고 있는 기업인 만큼 당장은 부실 점포들을 정리하고 부동산을 매각하는 식으로 이자 비용 문제는 해결할 수 있었는데요. 문제는 그룹의 마형들인 롯데 쇼핑과 롯데 케미칼이 동시에 휘청이고 있는 사이, 다른 계열사에도 위기가 닥쳤다는 사실이었습니다.

2.3. 사드 배치 결정 후, 중국은 롯데에 대한 보복 조치를 시작함.

사드 배치 결정 후, 중국은 롯데에 대한 보복 조치를 시작함.
Fig.3 - 사드 배치 결정 후, 중국은 롯데에 대한 보복 조치를 시작함.

롯데 그룹의 건설 부문 계열사 롯데 건설은 1999년 국내 최초로 롯데캐슬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만들어 프리미엄 아파트 시대를 연 장본인이었습니다. 사업 외에도 롯데 그룹 계열사들의 건축 사업을 도맡아 진행하며 꾸준히 안정적인 매출을 내는 듯, 늘 국내 시공 능력 순위 12위권을 놓치지 않던 건실한 건설사였는데요. 하지만 롯데 건설의 위기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후 여러 건설사들이 보유한 PF 대출 채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2.4. 롯데마트와 백화점의 영업 정지 처분으로 매출이 급감함.

롯데마트와 백화점의 영업 정지 처분으로 매출이 급감함.
Fig.4 - 롯데마트와 백화점의 영업 정지 처분으로 매출이 급감함.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 상황이 위축되자 한국은행은 금리를 0.5%로 대폭 인하하고 양적 완화를 실시하는 등 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조치들을 취했습니다. 그 결과 시장에 풀린 유동성은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갔고, 부동산 가격 상승에 힘입어 건설 경기가 좋아지면서 건설사들이 수주하는 건설 사업의 규모도 크게 증가했는데요. 특히 미래에 지어질 건축물을 담보로 금융기관에 대출을 받아 건물을 짓고, 그 건물을 분양한 돈으로 대출금을 갚는 부동산 PF 사업이 성행하면서 건설사들이 수주하는 PF 사업의 규모는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2.5. 롯데 쇼핑은 차입금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함.

롯데 쇼핑은 차입금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함.
Fig.5 - 롯데 쇼핑은 차입금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함.

그중 롯데 건설도 PF 사업 수주의 규모를 늘린 건설사 중 하나였죠. 하지만 과도하게 공급된 유동성이 역대급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는 등 문제가 속출하자,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다시 금리 인상을 시작했습니다. 0.5%였던 기준 금리가 1년 6개월 만에 일곱 배인 3.5%로 인상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고, 달아올랐던 건설 경기도 급속도로 악화되었는데요. 특히 미래에 지어질 건축물을 담보로 사업을 진행하는 PF 사업들의 진행이 더뎌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PF 사업은 총 세 가지의 단계로 진행되는데요. 건축물을 짓기 위해 땅을 전문적으로 사모으는 시행사가 건설사에 보증을 받아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브릿지론 단계, 브릿지론에서 빌린 돈으로 땅을 산 후 실제 건물을 짓기 위해 더 큰 돈을 빌리는 본 PF 단계, 그리고 완공한 건물을 분양 및 매매를 통해 판매한 후 금융기관에 대출금을 갚고 시행사가 수익을 정산하는 수익화 단계가 있습니다.

2.6.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음.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음.
Fig.6 -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음.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문제가 생긴 상황입니다.. 곳은 바로 보원 PF 단계였습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돈을 빌려준 후 건물을 완공시 수익화 단계에서 건물이 팔리지 않는다면 돈을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에 애초에 본 PF 단계에서 돈을 빌려주지 않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이미 브릿지론 단계에서 땅을 사는데 대출금을 모두 사용한 시행사들은 사업이 본 PF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게 되자 브릿지론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에게 대출 기한 연장을 요청하거나 파산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시행사들의 보증을 서 주는 곳이 바로 건설사라는 점입니다. 시행사가 갚지 못한 대출금은 오로지 건설사가 책임져야 할 빚이 되었고, 이 빚은 아직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미래에 발생할 수도 있는 빚이라는 의미에서 우발 채무로 건설사들을 짓누르는 빚덩이가 되었습니다. 그중 롯데건설에 쌓인 PF 우발 채무의 규모는 2022년 상반기 기준 약 4조원을 넘어가는 규모였습니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PF 우발 채무는 계속 만기를 연장하다가 부동산 시장이 좋아졌을 때 본 PF를 받아 건물을 완공시킨 후 수익화에 성공하면 충분히 갚을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브릿지론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을 잘 설득한다면 큰 문제 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했지만, 앞서 언급했던 레고랜드 사태가 예상치 못하게 터지면서 롯데건설의 상황은 갑자기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레고랜드는 강원도가 2012년부터 시행사인 강원 중도 개발공사를 앞세워 건설을 추진해 온 테마파크 건설 PF 사업이었는데, 건설 부지에서 총동기 시대 유물이 발견되고 시행사 대표가 배임 혐의로 구속되는 등의 이유로 공사가 중단되면서 2019년까지 이자 비용만 총 250억 원이 발생했을 정도로 강원도 입장에서는 골치덩이로 전락한 사업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다 보다 못한 레고랜드의 라이선스를 가진 영국 본사가 사업을 대신 진행하기로 하면서 레고랜드 건설 사업은 급물살을 탔고, 마침내 2022년 5월 정식으로 개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레고랜드 완공 후 주변 토지를 매각해 PF 대출금을 갚을 계획이었던 강원 중도 개발공사는 예상보다 토지 매각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고, 강원 중도 개발공사가 금융기관에 빌린 대출금 250억 원은 사업 개시 당시 보증을 서 주었던 강원도가 대신 갚아야 하는 보증 채무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2022년 6월 새롭게 취임한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방만한 경영으로 강원도 재정에 피해를 안겨 준 강원 중도 개발공사에 대해 회생 신청 절차를 밟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실패한 부동산 사업에 250억 원의 혈세가 사용되는 것을 막았으니 강원도의 결정이 옳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 결정은 PF 사업과 관련된 모든 보증 채무에 대한 채권자들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충격적인 결정이었습니다. 국가가 보증한 것과 마찬가지인 지자체의 보증 채무를 돌려받지 못한다면 민간 기업인 건설사들이 보증한 채무는 어떻게 돌려받을 수 있겠냐는 불안감이 채권자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레고랜드 사태 이후 건설사들이 보유한 PF 우발 채무는 만기 연장만 하면 문제가 없는 채무가 아니라 당장이라도 상황을 요구해야 하는 위험도 100% 부실 채무가 되어버렸습니다. 민간 채권 시장으로 번진 불씨에 화들짝 놀란 강원도가 즉시 보증 채무를 갚겠다고 태도를 바꿨지만, 이미 채권 시장에 번진 불안감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현실화된 위험은 아니었지만 롯데건설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유상 증자를 통해 2,0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고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 원의 단기 자금을 대여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한 해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낸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의 자금 지원에 아지 동원되면서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하루 동안 5% 이상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롯데건설에 대한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자금 지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유상증자와 롯데케미칼의 자금을 지원받은 지 한 달 만에 롯데정밀화학으로부터 3,000억 원, 롯데홈쇼핑으로부터 1억 원을 추가로 지원받았고, 롯데물산은 은행 차입금 1,500억 원에 대한 신용 보증을 지원받았습니다.

여기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산 약 7,000억 원을 더해 약 2조 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나서야 롯데건설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이후 약 1년간 롯데건설은 큰 자금 문제 없이 건설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2024년 초 시공 능력 순위 16위인 태형건설이 PF 우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고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또 한 번 PF 우발 채무에 대한 불안감이 채권 시장에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PF 우발 채무로 인한 건설사 보도 우려가 태형건설 사태로 현실화되자 롯데그룹은 또 한 번 롯데건설의 유동성 공급을 위해 자금을 모집해야 했습니다.. 롯데 케미칼 등 롯데 계열사로부터 7천억 원을 연 8% 대의 이자율과 롯데 그룹 계열사들의 신용 보증 조건을 수락한 은행과 증권사들로부터 1조 6천억 원을 모으는 데 성공하면서 롯데 건설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펀드 프로젝트 '샬롯'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2조 3천억 원 규모의 펀드를 확보한 롯데 건설은 또 한 번 한숨을 돌리고 현재까지도 무사히 사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롯데 건설의 위기가 문제의 근본 원인인 금리가 다시 하락해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한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롯데 케미칼, 롯데 쇼핑, 롯데 건설 등 다수의 계열사들이 동시에 위기를 맞이하면서 롯데는 부도 찌라시가 도는 것도 모자라 담보로 그룹의 상징인 롯데 월드 타워를 내놓는 등 창립 이후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부디 롯데의 유동성 문제가 잘 해결되어 우리나라 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 브랜드 베카 사전 '롯데 위기' 편이었습니다..


2.7. 롯데는 위기 속에서도 부동산 자산을 활용하려는 전략을 취함.

롯데는 위기 속에서도 부동산 자산을 활용하려는 전략을 취함.
Fig.7 - 롯데는 위기 속에서도 부동산 자산을 활용하려는 전략을 취함.


3. 영상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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