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스타그램 창업자는 왜 회사를 팔았을까?
한줄요약: 인스타그램 창업자는 왜 회사를 팔았을까?
시간 | 요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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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3 |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사업 전략을 조정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했음. |
05:03 | 인스타그램의 성장 덕분에 페이스북은 차세대 먹거리를 확보했음. 이는 페이스북의 매출 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함. |
08:34 | 인스타그램 창업자 시스트롬은 저커버그의 지원 약속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매각한 이유가 저커버그에 대한 두려움 때문임.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고사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임. |
10:05 | 페이스북은 정치적 사건으로 인해 큰 시련을 겪었음.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가짜 뉴스가 유포되며 여론이 악화되었고, 이는 페이스북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주었음. |
11:05 | 페이스북은 신뢰 회복을 위해 프라이버시를 중시하고 가짜 뉴스 관리 강화를 선언했음. 알고리즘 조정과 인력 증원으로 문제성 게시물이 줄어듦. |
12:03 | 페이스북의 트렌딩 토픽 기능은 알고리즘에 의해 조작된 가짜 뉴스로 오염되었고, 이는 정치적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됨. |
13:04 | 페이스북은 러시아의 선거 개입과 관련된 논란에 휘말리며 신뢰를 잃었음. 저커버그는 의회 청문회에 출석하고 막대한 벌금을 물어야 했음. |
14:34 | 페이스북은 정치적 사건 이후 신뢰 회복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지만, 이용자들의 이탈은 계속되었음. |
15:03 | 이용자들은 페이스북을 떠나기 시작했지만, 많은 이탈자가 인스타그램으로 이동했음. 광고주들은 여전히 페이스북을 선호했음. |
15:34 | 페이스북의 매출은 2016년 270억 달러에서 2021년 1,200억 달러로 증가했음. 그러나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 변경이 광고 효과에 치명적 영향을 미쳤음. |
16:03 | 애플의 정책 변경으로 사용자 데이터 추적이 어려워지며 광고 효과가 감소하고, 이는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에 큰 위협이 되었음. |
17:04 | 2022년 페이스북의 매출이 역성장하며, 이는 경기 악화와 틱톡의 강력한 경쟁 때문임. 저커버그는 메타버스에 집착하며 회사 이름을 메타로 변경하고, 막대한 투자를 선언함. |
2. 스크립트
페이스북의 대명사인 좋아요 버튼이 등장한 건 2009년, 페이스북이 출시된 지 6년째 되던 해였습니다. 사실 저커버그는 처음에 좋아요 버튼 도입에 반대했는데요. 의사 표시가 너무 쉬워지면 댓글 같은 좀 더 고차원적인 소통이 줄어들 거라 걱정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시험삼아 도입한 북유럽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좋아요 버튼이 생긴 뒤로 오히려 댓글이 더 늘어난 거죠. 그리고 이 작은 버튼 하나 덕분에 페이스북의 광고 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좋아요가 등장한 지 불과 3년 만에 회사의 매출이 수십억 달러 규모로 불어났죠. 하지만 기쁨도 잠시, 사이월드를 휩쓸어버린 거대한 태풍이 페이스북에도 들이닥칩니다.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모바일 혁명은 페이스북에도 엄청난 시련이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저커버그의 현명한 리더십이 간절한 시기였지만, 그는 사실 이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이었습니다. 당시에 마크는 이미 개발에서 손을 뗀 지 오래된 퇴물이었거든요. 그렇게 감이 떨어진 마크는 모바일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로 경영 인생 최악의 한 수를 두게 됩니다. 모바일 생태계는 PC가 대부분 윈도우를 썼던 것과는 달리, 업체마다 제각기 다른 운영 체제를 사용했습니다. 애플은 iOS, 삼성은 안드로이드, 노키아는 심비안을 내세웠죠. 개발자들은 각각의 운영 체제를 위한 전용 앱을 따로 만들어야 했습니다.전 세계를 상대로 영업해야 하는 저커버그 입장에선 이런 상황이 탐탁지 않았죠. 그는 여러 운영 체제에서 가동될 수 있는 단 하나의 완벽한 앱을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소개된 차세대 웹 개발 언어 HTML5를 만든 이들은 그게 가능하다고 주장했죠. 그렇게 저커버그는 HTML5를 활용한 범용 애플리케이션에 크게 배팅합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페이스북의 모바일 앱은 버벅대기 일수였고, 킬러 콘텐츠였던 뉴스는 아예 작동이 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 건 시점이었는데요. 이때 페이스북은 한창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탄탄해 보여야 하는 시기에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적응하지 못한 채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던 셈이죠.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모바일 팀은 긴급 회의를 거쳐 결국 운영 체제마다 전용 앱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그리고 이들의 설득에 저커버그도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죠. 페이스북은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사내에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개발 강좌를 열어서 수백 명의 엔지니어를 재교육했고요. 저커버그 자신도 직접 모바일 팀으로부터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커버그와 그의 개발자 부대는 학습 기계답게 금방 모바일 세계에 적응하죠. 그렇게 회사 전체의 역량이 총동원된 덕분에 페이스북은 2012년 3월 개발에 착수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iOS와 안드로이드 전용 앱을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유저들은 그때까지 페이스북을 기다려 주었죠. 하지만 문제가 하나 남아 있었습니다. 광고주들이 모바일 시장으로 옮겨간 탓에 실적이 꺾인 상황이었습니다. 페이스북 앱은 모바일 유저들의 마음도 사로잡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모바일용 광고 상품은 내놓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상장을 위한 사업 설명서에 적힌 것처럼, 아직 페이스북은 모바일에서 유의미한 매출을 거두고 있지 않았고, 그럴 영향이 있는지조차 검증되지 않은 상태였죠. 2012년 5월 18일, 대망의 상장 당일. 다행히 페이스북 주식은 예상 범위의 상단에 해당하는 38달러로 거래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곤두박질치더니 4개월 만에 반토막이 나죠. 투자자들은 분노한 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주식을 가장 많이 들고 있었던 직원들 역시 다시 한번 낙담을 경험하죠. 하지만 이런 침울한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디지털 시장에서는 유저의 시간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자산이었으니까요. 스마트폰 이용 시간의 20%가 페이스북에 할애되고 있었습니다.
그저 모바일에 맞는 광고 상품만 잘 설계하면 될 일이었던 거죠. 그리고 이 모바일용 광고 상품은 기존 광고보다 훨씬 더 짭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존 사이트에서 광고는 주로 뉴스의 양옆에 배너 형태로 올라갔지만, 모바일 앱은 그럴 여유 공간이 없었는데요. 그래서 페이스북은 뉴스에 광고를 삽입하는 아이디어를 검토합니다. 일반 게시물과 똑같은 형태로 말이죠. 정밀하게 타겟팅된 유저를 상대로 광고주들이 공들여 만든 광고가 전달된다면 효과도 좋고 콘텐츠로서의 가치도 있지 않을까? 저커버그는 이 아이디어를 승인했습니다. 그리고 뉴스피드 광고는 메가히트를 기록하죠. 페이스북의 연매출을 수십억 달러에서 수백억 달러로 단숨에 끌어올렸습니다. 페이스북의 크나큰 위기였던 모바일 혁명이 최고의 기회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심지어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계정으로 다른 앱에 로그인할 수 있게 하는 '커넥트'라는 기능을 도입한 덕분에 다.... 른 앱의 사용 데이터까지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광고 타게팅에 활용되는데요. 덕분에 페이스북은 구글과 함께 모바일 광고를 양분하는 플레이어의 자리에 올라섭니다. 그렇게 상장 1년 만인 2013년 페이스북의 평가액은 약 600억 달러에 이르죠. 1년 전 상장 당시 여섯 배에 달하는 가치이자 세계 10대 기업에 해당하는 규모였습니다.
혹자는 쉽게 말합니다. 페이스북은 땅을 치고 헤엄쳐 왔다고. 탄탄하게 구축된 네트워크 덕분에 어차피 고객은 못 떠나니 사업이 쉬웠을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요, SNS 시장은 생각보다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페이스북의 어떤 순간에도 강력한 경쟁자가 없었던 적은 없거든요. 사업 초기엔 프렌드스터와 마이스페이스가 건재했고요. 탄력을 막 받았을 땐 트위터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경쟁은 훨씬 더 치열하고 격렬해졌습니다. 저커버그가 경쟁자를 대하는 전략은 한결 같았습니다. 인수하거나 혹은 베끼거나. 이 전략의 첫 번째 희생양은 트위터였죠. 2006년에 등장한 트위터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페이스북과 두 가지 점에서 큰 차이가 있었는데요. 우선 남의 게시물을 보기가 훨씬 쉬웠습니다. 상대의 허락이 없어도 그냥 팔로우 버튼 하나만으로 쉽게 접근 권한을 얻을 수 있었죠.
트위터의 피드는 페이스북과는 달리 게시물을 엄격하게 시간순으로 보여줬습니다. 가장 최근에 작성된 글이 늘 제일 위에 올라왔죠. 덕분에 페이스북에 상주하고 있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뉴스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저커버그는 트위터 창업자 네 명을 틈타 접촉을 시도했는데요. 초기 CEO였던 잭 도시를 몰아낸 공동 창업자들을 페이스북으로 초대했습니다. 그는 압박이라도 하고 싶었던 모양인지 그들을 일부러 전화박스 크기에 좁은 공간으로 안내하는데요. 그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곧바로 본론을 꺼냅니다. 얼마면 팔래요? 트위터 측은 당시 가치로 거론되던 2억 5천만 달러에 딱 두 배를 부릅니다. 5억 달러. 그러자 저커버그는 이렇게 답하죠. 그리고 값을 깎아보려는 시도도 없이 이렇게 덧붙입니다. 인수가 안 되면 페이스북은 트위터를 복제할 겁니다. 그리고 이 말은 현실이 됩니다. 협상이 결렬되고 페이스북은 뉴스피드의 알고리즘을 트위터와 유사하게 조정하는데요. 속보에 대한 가중치가 더 커졌고요.
나와 연관이 없더라도 화제가 될 법한 게시물이 훨씬 자주 피드에 등장했습니다. 트위터는 이후에도 계속 승승장구를 이어갔고 인수 이야기가 나온 지 불과 5년 만에 140억 달러의 가치로 상장에 성공하거든요. 저커버그는 또 다른 경쟁자 인스타그램이 등장했을 때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습니다. 사진 필터와 해시태그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인스타그램. 저스틴 비버를 시작으로 순식간에 셀럽들이 가장 사랑하는 SNS가 되고 있었는데요. 저커버그는 트위터 때의 실수를 교훈 삼아 이번엔 10억 달러라는 큰 액수를 배팅합니다. 창업한 지 불과 18개월밖에 안 된 13명짜리 회사임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액수였습니다. 심지어 단 한 푼의 매출도 걷어본 적이 없던 때였습니다. 인수 협상은 인스타그램의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과 마크 저커버그 단 두 사람 사이에 벌어졌습니다. 케빈을 자기 집으로 초대한 저커버그. 그는 인스타그램이 완벽히 독립적인 회사처럼 운영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동시에 서버 용량, 영업 인력, 개발 인력 등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시스트롬은 이런 이점 때문에 매각한 건 아니었다고 고백하는데요. 그가 회사를 팔아버린 진짜 이유는 저커버그가 무서웠기 때문이었습니다. 페이스북이 마음만 먹으면 인스타그램을 고사시킬 수 있을 거라고 본 거죠. 트위터 협상대를 생각하면 저커버그 입에서 비슷한 말이 나왔을 것 같지 않나요? 그리고 시스트롬이 애피했던 그 가시바퀴를 스냅챗의 창업자 에반 스피겔은 몸소 경험하게 됩니다.
스냅챗은 상대방이 잃고 난 뒤 하루가 지나면 사라지는 휘발성 메시지 기능으로 엄청난 인기를 모았는데요. 야한 사진을 주고받기 좋을 모으더니 순식간에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주류 메신저로 자리잡았습니다. 무서운 확산세를 그냥 지켜보고 있을 저커버그가 아니죠. 그는 이번에도 역시 인수를 제안하는데요. 그러면서 넌지시 페이스북이 포크라는 기능을 준비하고 있다고 흘립니다. 포크는 상대가 읽으면 사라지는 메시지, 스냅챗의 상징과도 같던 바로 그 기능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포크는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이후로도 저커버그의 SNS 왕국은 스냅챗의 참신한 기능을 도입하는 쪽으로 복제합니다. 스토리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아마 인스타그램에서 많이 보셨을 텐데, 24시간 동안만 표시되는 이 동그란 콘텐츠를 처음 개발한 것도 사실은 스냅챗이었습니다. 네, 그리고 이번엔 이름까지 그대로 가져왔죠. 경쟁업체 입장에서는 정말 복장이 터질 노릇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냉혹한 사업의 세계에서 인수와 복제는 사실 너무도 흔한 일입니다.. 흔한 전략이죠. 사실 엄밀히 말하면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그리고 스냅의 스토리 모두 어느 정도는 뉴스의 아류입니다.
누구보다 유행에 민감한 SNS 업계에서 지금 가장 화제인 기능을 외면한다면, 이건 그냥 죽겠다는 말이나 다름 없습니다. 따라서 주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저커버그는 강력한 경쟁이라는 시현에 맞서 꼭 필요한 결단을 적시에 내려온 탁월한 CEO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페이스북의 역사에서 가장 큰 시련은 황당하게도 정치적 이벤트로 촉발됩니다. 2016년에 있었던 미국 대선이었는데요. 사실 이전에도 페이스북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지적은 계속 제기되어 왔습니다. 2008년 대선 기간 중 '투표했어요'라는 버튼을 만들었더니 34만 표가 증가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그 버튼을 한쪽에만 보여주고 반대 세력에게는 감춰버린다면 박빙의 선거에서 당락을 좌우할 수도 있는 수치였습니다. 페이스북은 이런 논란을 피하려다가 오히려 악수를 두고 맙니다. 당시 뉴스의 한쪽 구석에는 '트렌딩 토픽'이라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와 비슷한 기능이었는데요. 원래 이 트렌딩 토픽은 알고리즘이 인기 있는 게시물을 1차로 골라내면 담당 직원들이 날조되거나 자극적인 내용은 걸러내는 방식으로 구성됐습니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선거를 앞두고 괜한 논란을 피하고자 이 선별 과정에서 인간의 개입을 배제하기로 결정합니다. 오직 알고리즘에 의해서 주제가 선정되자 트렌딩 토픽은 오염되기 시작합니다. 교묘하게 조작된 가짜 뉴스가 판을 치게 된 겁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가짜 뉴스 대다수는 정치적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최대한 많은 어그로를 끌도록 작성된 것이죠. 실제로 가짜 뉴스가 가장 많이 제작된 지역은 마케도니아의 한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됐는지 유럽의 시골 사람들과 무슨 상관이었겠습니까? 하지만 문제는 이 가짜 뉴스가 이상하게도 한쪽 진영에만 잘 들어먹혔다는 점이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희한하게도 가짜 뉴스는 트럼프 지지자들에게만 잘 수용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트럼프 친화적인 가짜 뉴스들이 훨씬 더 많이 제작되고 유포되었죠. 힐러리 이메일 유출 사건이나 숨진 채 발견된 자살로 위장한 명백한 살인 같은 뉴스는 100만 뷰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것 말고도 수많은 요인이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합니다. 그러자 분노는 날조된 공론장으로 번지고 페이스북은 여론의 문매를 맞게 되죠. 이런 가짜 뉴스를 유포한 계정 일부가 러시아 정부 기관과 연관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러시아의 인터넷 연구소가 20여 개의 계정을 통해 3,000여 개의 광고를 집행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었는데요. 대부분이 트럼프에게 유리한 게시물이었습니다. 페이스북이 자랑하는 확실한 타게팅 덕분에 이 광고는 최적의 이용자들에게 전달됐고요. 페이스북에는 적국의 선거 개입을 방조했다는 혐의까지 더 씌워졌습니다. 그리고 이 사태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라는 정치 컨설팅 업체의 만행이 밝혀지면서 클라이맥스를 맞이합니다. 이 업체는 페이스북을 통해 성격 퀴즈를 유포했는데요.
그렇게 확보한 페이스북의 개인 정보가 맞춤형 정치 광고를 만드는 데 쓰였습니다. 저커버그는 2일 의회 청문회에도 불려갑니다. 사건이 일단 될 때쯤 페이스북은 미국 정부에 약 51억 달러의 벌금을 내고 정보 유출 피해자들에게는 7억 달러의 합의금을 물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뼈 아팠던 점은 페이스북이 이용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페이스북이라는 이름에는 이제 개인 정보 유출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게 됐죠. 회사의 사기도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직원들 가운데에도 페이스북이 세상에 이롭다고 믿는 사람은 53%에 불과했죠. 이렇게 되자 페이스북은 취업 시장에서마저 외면받기 시작하는데요. 컴퓨터 공학 전공자 가운데 30%는 도덕적인 이유를 내세우며 페이스북에는 취직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저커버그 한 사람만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특유의 엔지니어링 마인드셋으로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는데요. 우선 회사의 결정 권한을 자신에게 집중시킵니다. 그리고 그동안 최우선 가치였던 개방성보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겠다고 선언합니다. 가짜 뉴스에 대한 관리도 대폭 강화하는데요. 이 신고 기능을 만들어서 허위 정보를 신고할 수 있게 만들고요.
반응을 가장 중시하던 알고리즘 역시 품질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조정합니다. 믿을 만한 언론을 위한 별도의 뉴스 피드를 만들고 유해 콘텐츠를 직접 검토하는 인력도 15,000명까지 늘립니다. 덕분에 페이스북에 올라오던 문제성 게시물은 절반 이하로 줄어듭니다. 2018년 의회 선거에서도 2만여 명이 투입된 끝에 물 셀 틈 없는 방어에 성공하는데요.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 번 금 간 신뢰를 다시 얻어내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용자들은 하나둘씩 페이스북을 떠나 다른 플랫폼에 정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작하는데요. 그나마 다행인 건 대다수 이탈자의 행선지가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이었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인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저커버그가 굳건히 버틸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숫자 때문이었을지 모릅니다. 비록 이용자에게 신뢰를 잃었지만 광고주들은 여전히 페이스북을 사랑했거든요. 풍성한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완벽한 타겟팅을 자랑하던 맞춤형 광고는 사실상 대체가 불가능했습니다. 게다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 인스타그램 역시 페이스북의 차세대 먹거리였는데요. 덕분에 2016년 270억 달러 수준이었던 페이스북 그룹의 매출은 5년 만에 네 배 이상 증가하여 약 1,200억 달러에 이릅니다. 그러나 이 굳건한 기둥마저 뿌리채 흔드는 사건이 2021년에 발생합니다. 안드로이드와 함께 모바일 생태계를 지배하던 애플이 폭탄을 터뜨린 건데요.
애플은 어떤 애플리케이션이든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하려면 반드시 사전의 허락을 구하도록 정책을 변경했습니다. 다짜고짜 남의 활동을 추적해도 되냐고 물으면 누가 받아들일까요? 유저의 대다수는 당연히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페이스북 같은 광고 중심 기업들에겐 정말 치명적이었습니다. 사용자 데이터가 없으니 관심사를 파악하기 힘들죠. 그러면 딱 맞는 광고를 매칭하는 건 당연히 더 어려워집니다. 타겟팅이 약해지면 광고 효과는 떨어지고요. 심지어 구매 버튼을 눌렀는지조차 추적이 안 되니 효과 측정조차 어려워졌습니다. 애플이 이 정책을 도입한 다음 해인 2022년, 페이스북의 매출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역성장합니다. 당시 경기가 급격히 꺼진 영향도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이 정책이 아니었다면 역성장은 피할 수 있었을 겁니다. 게다가 SNS 시장에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시점이었습니다. 바로 틱톡이었는데요.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짧은 동영상에 전 세계가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2018년 9월 월간 다운로드 수에서 페이스북은 물론 인스타그램까지 앞서더니, 글로벌 출시 3년 만에 2020년 7억 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했죠. 광고주와 이용자 모두 저커버그의 품을 떠나는 듯했습니다. 게다가 이 1일 촉발의 위기 상황에 저커버그는 엉뚱한 해결책에 꽂혀 있었습니다.
바로 메타버스였는데요. 스마트폰 생태계의 두 강자에게 10수년간 수수료를 뜯긴 것도 모자라 이제는 핵심 영업까지 방해받고 나니 그는 더더욱 새로운 디바이스 생태계에 집착했습니다.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디바이스만큼은 반드시 주도권을 쥐겠다고 다짐하죠. 그래서 회사의 이름도 메타로 바꿔버리고요. 그렇지 않아도 수십 조의 적자가 누적돼 있던 메타버스 연구소 리얼리티 랩스에 막대한 투자를 쏟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이런 행보에 시장은 경악했죠. 안방에서 밀리고 있는 와중에 조악한 가상 현실과 우습스러운 안경에 사운을 걸겠다는 이야기였으니까요. 이제 주주들마저 저커버그를 등지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11월 사명을 메타로 바꾼 지 불과 1년 만에 주식은 1/10이 됩니다. 페이스북 초기부터 함께한 투자자마저 저커버그에게 공개 서한을 보낼 지경이었습니다. 다행히 그때까지 저커버그의 귀는 열려 있었습니다. 그는 결국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주주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메타버스에 투입하기로 한 투자금을 확 줄이고 그중 상당수를 주주를 위한 이익 환원에 쓰겠다고 발표합니다. 그리고 저커버그가 이 약속을 실천으로 옮기는 와중에 시장은 금세 깜짝 놀라죠. 메타의 영업 이익률이 단 1년 만에 25%에서 40% 수준으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공격적인 투자를 살짝 줄였을 뿐인데 엄청난 수익성이 금세 다시 고개를 들었던 것입니다. 틱톡을 벤치마킹하여 만든 기능 릴스도 큰 성공을 거둡니다. 어차피 크리에이터들 입장에서는 틱톡에 올린 걸 그대로 한 번 더 올리기만 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메타의 방대한 유저에게 닿을 수 있는데 안 할 이유가 없었죠. 게다가 이번엔 여론도 좀 도와줍니다. 틱톡이 중국의 서비스다 보니 미국인의 데이터 유출을 걱정하는 소리가 많았던 건데요. 틱톡이 반중 감정에 홍수에서 주춤하는 사이 릴스는 빼앗겼던 밥그릇을 슬금슬금 되찾아옵니다. 광고 효과도 하루가 다르게 개선됩니다. 그동안 쌓인 데이터와 탁월한 인공지능 역량 덕분이었는데요. 메타는 일찍부터 인공지능에 막대한 투자를 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뉴스 피드를 알고리즘을 최적화하는 데 주로 쓰고 가짜 뉴스를 찾아내는 데도 활용하고 있었죠. 이 인공지능 역량은 당연히 광고 매칭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애플이 이용자 추적을 차단한 지 단에 메타는 이전 수준의 광고 효율을 달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AI 역량은 메타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죠. 챗GPT의 등장을 목도한 저커버그. 그의 선견지명은 이번에도 번뜩였는데요. AI가 곧 미래임을 알아본 그는 회사의 모든 역량을 AI에 집중합니다. 2023년 한 해에만 4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56조 원을 쏟아붓죠. 덕분에 메타는 AI 산업에서도 당당히 선두 그룹에 있습니다.. 델라마는 오픈AI의 최지T와 구글의 재미나이와 함께 최고의 모델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AI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엔비디아의 GPU도 메타가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으로 많이 확보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애물단지 같았던 메타버스 사업부도 조금씩 성과를 내놓고 있는데요. AI를 만난 메타버스는 엄청난 속도로 정교화되고 있습니다. 일했던 아바타가 불과 1년 만에 이렇게 발전했으며, 2년이 지나자 이렇게 인터뷰까지 가능해졌습니다.
디바이스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출시된 퀘스트 3S는 가격과 성능이 향상된 것은 물론, 그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대폭 풍성해졌습니다. 마크 저커버그가 꿈꾸는 미래는 명확합니다. 그 세상에서는 안경처럼 쓰는 차세대 디바이스가 스마트폰을 대체하고, 사람들은 그 장치를 통해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다른 이들과 상호작용합니다. 그리고 메타가 만든 AI 모델이 영화 '아이언맨' 속 자비스처럼 모든 과정을 보조합니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메타의 제품이 기본값이 되는 세상. 마크 저커버그의 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미래를 누가 알겠습니까만, 사실만큼은 꼭 다시 한번 더 짚어야겠네요. 22년 차 CEO 마크 저커버그는 이제 갓 만 40세가 되었습니다..
3. 영상정보
- 채널명: 지식반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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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요 수: 27
- 조회수: 534
- 업로드 날짜: 2025-06-05
- 영상 길이: 21분 33초
- 다시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A_LszRUI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