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구가 특이할 수 밖에 없는 이유(feat. 명탐정 코난)

일본 가구가 특이할 수 밖에 없는 이유(feat. 명탐정 코난)

1. 일본 가구가 특이할 수 밖에 없는 이유(feat. 명탐정 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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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요약
00:04 '명탐정 코난' 시리즈는 1994년부터 연재되며 장기화로 인해 유머 섞인 비판을 받음. 검은 타이즈를 입은 범인의 모습은 작가의 연출이 소홀해진 결과로, 일본에서는 이를 비판하기 위한 스핀오프 작품이 등장함. 이러한 현상은 일본의 전통 예술인 블라쿠와 관련이 있으며, 블라쿠는 인형극으로 인형사들이 검은색 옷을 입고 무대에 등장하여 관객의 시선을 인형에 집중시키는 방식임.
00:34 블라쿠와 '그림자 의자'의 관계는 일본의 전통 예술이 현대 디자인에 미친 영향을 보여줌. 코난의 범인과 블라쿠의 인형사들은 관객의 시선을 끌기 위한 유사한 메커니즘을 사용함. 이러한 문화적 연결은 일본 가구 디자인의 독특함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임.
01:05 블라쿠의 인형극은 17세기 오사카에서 시작되어 일본의 중요 무형 문화재로 인정받음. 인형사들은 검은색 옷으로 무대 위에서 존재감을 지우며, 이는 코난의 범인과 시청자의 관계와 유사함. 이러한 공연 방식은 일본에서 여전히 친숙하게 행해지고 있으며, 서구에서는 신선하게 다가옴.
02:35 샤를트 페리아는 1940년대 일본의 산업 디자인 고문으로 활동하며 일본 문화에 영향을 받아 가구 디자인 철학을 변화시킴. 그녀는 블라쿠에서 영감을 받아 1955년 '그림자 의자'를 제작하고 도쿄에서 최초로 공개함. 이 의자는 테이블을 돋보이게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디자인의 독창성으로 주목받음.
05:04 '그림자 의자'는 단 한 장의 합판으로 제작되었으며, 내구성 문제로 상업적으로 실패함. 이후 합판 두께를 조정하여 양산 가능성을 높였으나, 여전히 내구성에 한계가 있었음. 이 의자는 도쿄의 요리학원 비품으로 대량 납품되었으나, 제조물 책임 개정으로 양산이 중지됨.
06:04 현재 '온브라 도쿄'라는 이름으로 재생산되고 있으며, 텐도 에디션과 까시나 에디션으로 나뉘어 있음. 두 에디션은 소재와 도색 방식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이며, 텐도 에디션은 전통 공예품 같은 느낌을 줌. 제조물 책임 문제로 까시나 에디션은 일본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음.
07:05 샤를 페리아는 일본 산업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녀의 디자인에 반발한 디자이너도 존재함. 이사무 겟모치는 서구 중심의 동양관을 비판하며, 두 사람 모두 일본 디자인계의 전설로 남음. 페리아는 원화와 안티태제를 결합하여 독창적인 디자인을 창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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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크립트

1994년을 시작으로 수십 년째 연재 중인 장수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시리즈는 장기화로 인해 여러 유머 섞인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제 연출도 귀찮은지 검은 타이즈로 대놓고 활보하는 범인의 모습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원래는 사건 현장에 어둠과 어우러져 등장 인물이나 시청자들로부터 정체를 숨기는 모종의 장치였으나, 이제는 작가가 너무 내려놓은 거 아니야 싶은 수준이랄까요? 일본에서는 이를 비판하기 위해 아예 검은색 쫄쫄이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작품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술 더 떠 작가 또한 그것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 공식 스핀오프로 인정하기까지 하죠. 물론 수십 년에 달하는 연재 기간 동안 작가가 조금씩 약을 타기에 가능한 것도 있지만, 의외로 일본의 전통 예술에서 기인한 친숙함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것도 무려 300년 전부터 말이죠.

이번 영상에서는 코난을 통해 알아보는 일본의 독특한 문화, 그리고 이에 영감을 얻어 태어난 의자에 대해서도 덤으로 알아볼까 합니다. 우선 그 문제, 검은 타이즈의 기원에 대해 바로 알아봐야겠죠.. 일본에는 '블라쿠'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인형극이 있는데요. 17세기 오사카에서 탄생한 연극의 형식으로, 꼭두각시 인형을 사용해 이야기를 펼치며 가부키와 함께 일본의 중요 무형 문화재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인형극이라 하면 연결된 줄을 이용해 조정하는 개념을 떠올리시겠지만, 이 블라쿠에 사용되는 인형은 상당한 디테일과 사람만한 크기, 복잡한 관절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특이하게도 사람이 직접 붙잡고 조작해야만 합니다. 그렇기에 인형 하나에 동원되는 인형사만 무려 세 명인데다, 세세한 조작을 하려면 당연하게도 인형사가 무대에 노출되는 것이 불가피했죠.

때문에 블라쿠의 인형사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옷으로 감싸고 무대 위에 올랐으며, 화려한 의상을 걸친 인형을 조종하는 동시에 인형에 집중되는 조명 뒤쪽의 그림자로 자연스럽게 숨어들어야 했습니다. 극이 펼쳐지는 무대 안에서 존재감을 최대한 지우기 위한 방법이자, 관중 또한 그들이 실제로는 있음에도 없다고 용인하는 암묵적인 약속과 같은 예술인 셈이죠. 그야말로 코난 속 범인을 보여주는 메커니즘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시청자의 관계가 블라쿠와 상당 부분 일치합니다. 이건 요즘 너무 대놓고 다녀서 문제지만, 여튼 이러한 방식의 공연은 일본에서는 오늘날에도 꽤 친숙하게 행해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주인형의 익숙한 서구에는 꽤나 신선하게 다가온 모양입니다. 20세기 유럽에서 블라쿠의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디자인이 있을 정도입니다..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샤를트 페리아. 뜬금없이 이름이 나올 줄은 몰랐죠. 가구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정말 신격인 존재입니다. 그녀는 1940년대 일본의 산업 디자인 고문을 지낸 이후 일본 문화에 영향을 받아 스스로의 디자인 철학에 변화를 주기 시작합니다. 강철보다는 나무, 그것도 현재의 친숙한 소재를 이용해서 가구를 제작하는 것이었죠. 1955년 그녀는 블라쿠에서 영감을 얻어 합판 단 한 장이라는 최소화된 재료로 의자를 만들고 이를 도쿄 니혼바시에서 최초로 공개했는데요.

그리고 여기에 '그림자 의자'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프랑스어로는 '제로', 일본어로는 '제로'라고 하죠. 이름이 그림자인 이유는 단순히 오리지널 컬러가 검은색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진짜 이유는 바로 테이블을 돋보이게 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테이블 상판의 높이가 대체로 70cm 전후인 반면, 이 의자는 일반적인 다이닝 체어와는 다르게 등받이의 끝부분이 테이블의 상판과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높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덕분에 어디에서 봐도 테이블을 가리지 않으며, 높이에 따라 완벽히 테이블의 안쪽으로 숨을 수도 있죠.

그녀는 주로 묵직한 원목 테이블과 매치해서 대비를 더욱 극대화했는데요. 게다가 발끝을 굉장히 조심스럽게 딛고, 등받이 역시 손끝으로 무언가를 받치고 있기라도 하듯 굉장히 섬세하게 굽어져 있습니다. 이 의자의 오리지널 메이커인 텐도 목공에 따르면, 그녀는 생산 과정에서 등받이의 미세한 공류를 굉장히 깐깐하게 검수했다고 하는데요. 인형의 달라부터 그림자 속에서 조작하는 인형사들의 모습에서 디자인 힌트를 얻었음을 알려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 300년 전 태어난 동양의 민속극이 전후 20세기까지 디자인적 영감을 줬다는 것이 참 신기하죠. 물론 1955년 당시 이 의자는 상업적으로는 철저히 실패했습니다. 실용성을 최후선으로 하는 샤를트 페리아의 가구 디자인 중에서 유일하게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입니다.

발표 당시 모두가 이 의자의 조형미에 주목하기는 했습니다. 나무 한 장으로 이렇게 유한 의자를 만들었다고? 솔직히 지금 내로라 하는 아트 퍼니처랑 비교해도 절대 꿀리지 않죠. 다만 문제점 또한 거기에 있었는데요.

하판의 두께가 단 10mm인데, 어떠한 브라켓이나 볼트 없이 딱 한 장만 구부려서 만들다 보니 내구성 이슈로 양산이 불가능에 가까웠던 것입니다.. 그것이죠. 이후 합판의 두께를 10mm에서 14mm를 거쳐 17mm로 조정한 후,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업소용으로 쓰기에는 내구성이 살짝 부족했다고 하는데요. 지금 보시는 의자는 샤를 페리앙이 디자인을 검수하고 텐도 목공이 제작한 에디션으로, 당시 도쿄의 한 요리학원의 비품용으로 대량 납품함과 동시에 양산이 결정되었습니다. 양산으로는 유일한 오리지널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슬프게도 많은 의자가 도중에 수명을 다했다고 합니다. 공용 의자다 보니 사람마다 다양한 자세로 앉아 여러 하중에 걸린다는 것까지 고려하지 못한 것이죠. 설상가상으로 이후 일본의 제조물 책임이 개정되면서 양산이 중지되는 바람에 일본에서도 정말 찾아보기 힘든 의자가 되고 말았는데요.

현재는 그 라이센스를 가시나가 획득해 '온브라 도쿄'라는 이름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름이 뜬금없이 도쿄로 바뀐 것도 그렇고,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은 오리감이라는 컨셉을 껴넣은 것이 개인적으로 좀 아쉽긴 하지만 말이죠. 서구권 입장에서 블라크 후보다 이해하기는 쉽겠지만, 원작자가 의도한 것과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라 할까요? 소재의 경우 텐도 에디션은 현지에서 '분할'이라고 불리는 너도밤나무 합판을 통해, 까시나 에디션은 이탈리아산 오크 합판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자세히 보면 둘의 공률과 도색 방식에 미묘한 차이점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칠 듯 매끄러워서 더욱 전통 공예품 같은 느낌이 나는 텐도 에디션 쪽에 좀 더 마음이 가네요. 폐량의 사인이 음각으로 각인되어 있는 것도 더욱 공예 감성을 불러일으키죠. 재미있는 건 앞서 말한 제조물 책임 때문에 까시나 에디션은 정작 일본에는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고 있다는 건데요.

까시나의 일본 공식 딜러사가 텐도 에디션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내린 결정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결론은 텐도 에디션의 가치가 덩달아 뛰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게 오늘은 코난의 범인은 아니고 일본의 전통극 블라크에서 영감을 받은 의자에 대해 구경해 봤습니다.

의외로 샤를 페리앙은 일본 산업 디자인의 발전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는데요. 그녀로부터 영향을 받은 야나기 소리가 일본 산업 디자인의 기틀을 다진 반면, 당시 그녀가 일본에서 발표한 디자인에 반발하는 디자이너 또한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당시 일본의 산업 디자이너 이사무 겟모치는 모더니즘을 선두하던 사람이 갑자기 일본에 와서 목재와 공예적 디자인만을 강조하는 것은 서구 중심의 동양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죠.

결과적으로는 둘 다 일본 디자인계 1세대 전설로 불리고 있으니, 원화만 타국에서 태제와 안티태제를 둘 다 불러와서 합을 완성시킨 그녀가 더욱 대단하죠. 어, 그런데 이상하게 뭐지? 이거는 김전일에 나오는 형사 이름인데, 어라는 말 같지도 않은 음모론을 끝으로 이번 영상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네, 제가 맨날 이렇게 망상을 하며 놀고 있습니다.

끝까지 봐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또 오겠습니다..


3. 영상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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